할리우드 영화 ‘피부색’ 다양해진다

할리우드 영화 ‘피부색’ 다양해진다


영화사들은 여러 인종의 출연진과 스토리가 오랫동안 할리우드를 지배했던 전통적 서방 스토리만큼 수익성 높다는 것 절감해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3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에서 2억38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 사진:EVAN AGOSTINI-INVISION-AP/YONHAP

마블 영화사의 첫 아시안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Shang-Chi)’는 시대의 상징이다. 아시아계인 데스틴 대니얼 크레튼이 메가폰을 잡는 이 영화는 원래 마블의 1973년작 만화에 등장했던 중국인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이다. 나는 2개국어를 구사하며 미국과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나리오 작가 입장에서 ‘샹치’가 할리우드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트렌드의 또 다른 사례라고 본다. 영화사들은 인종적 다양성을 띠는 출연진과 스토리가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를 지배했던 전통적인 서방 스토리만큼 또는 그 이상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과거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영화사에 영화를 홍보할 때 작가와 제작자들은 흔히 이른바 ‘동종 작품(comps)’을 내세운다. 스타일 또는 콘텐트 면에서 비슷한 과거 개봉작들의 샘플은 영화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준다. 홍보하는 스크립트의 한 버전이 과거에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다면 영화사는 투자자금 회수에 관한 걱정을 어느 정도 덜지 모른다.

다양한 주연배우를 출연시켜 흥행에 성공한 동종 작품이 부족한 탓에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홍보하기가 어렵다. 대형 영화사에서 포용적인 스토리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 이유 중 하나다. 오랫동안 출연진이 모두 아시아인인 스토리를 대형 영화사에 홍보하려면 ‘조이 럭 클럽’ 외엔 다른 ‘동종 작품’이 거의 없었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1050만 달러의 예산으로 미국에서 329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상당한 이익을 남겼지만 블록버스터는 아니었다. 그 뒤로 아시안이 주인공을 맡는 영화가 쏟아져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히트 했다. 이 2018년작 로맨틱 코미디는 3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에서 2억38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예상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10년래 최고 흥행 로맨틱 코미디로 올라섰다. ‘프로포즈’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를 모두 능가했다. 다른 성공작들이 뒤를 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짝사랑하던 남자들에게 쓴 비밀 러브레터가 실제로 발송된 한국계 미국인 십대가 주인공이다. ‘우리 사이 어쩌면(Always Be My Maybe)’은 소싯적 친구였던 두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성인이 된 뒤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역을 맡은 영화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지난 몇 년 사이 ‘겟아웃’ ‘어스’ ‘블랙 팬서’가 흑인을 주연배우로 내세워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지금은 흑인 배우를 내세운 공포·슈퍼히어로 영화나 아시안 캐릭터가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홍보하려는 시나리오 작가는 누구나 큰 수익을 올린 ‘동종 작품’을 다수 예로 들 수 있다.

유색인종을 내세운 영화가 적은 원인으로 스타 파워를 꼽는 사람도 있다. 영화에는 스타 파워가 필요한데 유색인종 일급 영화 스타가 극히 적다는 지적이다. 덴젤 워싱턴이나 제니퍼 로페스 같은 배우를 제외하고는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유색인종 배우가 드물었다. 그런 논리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 세계 최고 출연료를 받는 영화 스타는 흑인과 사모아인의 혼혈인 드웨인 ‘더 록’ 존슨이다.

그러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영화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어떤 간판스타도 없이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이것이 두 가지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스타 파워의 필요성이 줄었음을 영화사들에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스타덤으로의 발판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차세대 배우들이 부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영화사들은 그 뒤로 무명배우 기용에 따르는 경제적 위험이 줄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그들을 육성해 잘만 되면 미래의 영화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도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키우는 앨리 웡 같은 재목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넷플릭스에서 두 차례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이 성공한 뒤 그녀는 ‘우리 사이 어쩌면’의 시나리오를 공동 저술하고 처음으로 주연도 맡았다.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 ‘겟 아웃’의 다니엘 칼루야도 같은 케이스다. 영화 출연 전에는 비교적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영화사의 개봉예정작 ‘퀸 앤 슬림’에 주연으로 기용됐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왜 지금 일어나는 걸까? 미국 복합상영관의 티켓 판매가 6년래 바닥 수준인데 마케팅 비용은 급증한다. 결과적으로 영화사들이 갈수록 해외 시장에 의존해 수익성을 맞추고 있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코코’나 히스패닉과 흑인 배우가 주역을 맡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같은 영화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시장은 중국이다. ‘코코’는 1억89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중국에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2억900만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중국에서 3억92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미국의 2억2600만 달러를 간단히 넘어섰다.

중국은 현재 할리우드의 최대 해외 시장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티켓 판매액은 121억1000만 달러인 데 반해 중국의 흥행수입은 110억5000만 달러에 달할 듯하다. 그러나 내년에는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영화 팬들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한다. 예컨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중국에서만 6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도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10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인 2016년 발리우드 히트작 ‘당갈’은 중국에서 1억93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인도에서 기록한 7700만 달러의 3배에 육박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디즈니는 중국 민간설화를 토대로 한 라이브액션 영화 ‘뮬란’을 출시할 예정이다. 출연진이 모두 중국인으로 예산이 1억 달러를 넘는데 흥행 기록을 경신할 잠재력이 있다. 할리우드 주류의 문호가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에 너무 오랫동안 닫혀 있으면서 인종을 초월하는 포용적인 주연의 인기 영화 발탁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지금은 막강해진 글로벌 시장 덕분에 그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으며 영화사들이 그 앞에 레드카펫을 깔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이 기뻐하고 관객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참신한 스토리를 즐기게 됐다.

– 웨이코 린

※ [필자는 미국 에머슨칼리지의 영화 시나리오 창작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출처] 뉴스위크 Newsweek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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