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큐멘터리]룰루레몬

이슈 소개

 

일흔다섯 번째 매거진 입니다.

 

2~3년 전 즈음 지인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의 주제는 부의 상징 혹은 그럴 듯한 삶을 알아보는 척도로 이어졌고, 둘 모두 패션 아이템이나 자동차, 시계, 스마트 기어 등으로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다다른 결론은 특정 소유물이 아닌, 사람의 몸으로 삶의 수준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었죠. 물론 몸무게나 근육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살피는데 얼만큼의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죠. 잉여의 자원과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곧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한다고 본다면 현 시대는 ‘시니컬한취향’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 투자하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취향이나 스타일은 일정 부분 곁눈질로 학습이 가능하지만 건강한 삶이란 좀처럼 흉내 낼 수 없기에 궁극의 럭셔리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최근 LA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이 주장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습니다. 1~2년 전에도 그런 징조가 보였지만, 올해 들어 트렌드에 민감한 이 도시는 ‘웰니스 wellness’ 분야 비즈니스가 무르익은 모습이었죠. 가장 세련되고 멋진 사람들을 고급 패션 부티크나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몰린 거리가 아닌, 건강식 카페, 주스 전문점, 운동 스튜디오 앞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중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스포츠 관련 매장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 소개할 캐나다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의 매장은 웰니스 열풍을 이끈 진원지답게 많은 사람으로 붐볐죠. 산뜻한 컬러와 활동적 패턴의 운동복 차림을 한 룰루레몬의 고객들은 건강한 몸과 밝은 태도만으로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그것이 룰루레몬이 전파하고자 하는 문화이기도 하고요.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누군가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성장세와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알고 나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죠. 2018년 집계한 세계 스포츠웨어 브랜드 수익 순위에서 룰루레몬은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의 글로벌 브랜드에 이어 5위를 차지했고, 2015년 발표한 1평방피트당 매장 판매액은 1541달러로 패션 리테일 브랜드 중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창립해 요가마니아를 겨냥하던 브랜드가 어떻게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며 기성 스포츠 브랜드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선동과 투쟁심을 중심으로 한 정통 스포츠 정신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는 점을 이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강한 어조로 도전과 성취를 일깨웁니다. , 프로페셔널리즘으로부터 비롯된 브랜드 철학이 마케팅은 물론 디자인과 다방면의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죠. 요가를 기반으로 시작한 룰루레몬의 지향점은 이와 반대로 ‘퍼스낼리티’, 즉 개인의 속성에 닿아 있습니다. 누군가를 닮을 필요도, 목표에 주눅들 필요도 없습니다. 신체를 단련하는 일이 삶을 구성하는 여러 태도 중 하나로 자리하길 바라며, 그 방식이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룰루레몬의 운동복이 출근복이나 가벼운 외출복으로 활용되며 경계를 넘나드는 것 역시 사용자의 자유도를 존중하는 브랜드 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제품 개발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룰루레몬의 제품을 수식하는 여러 표현 중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듯한(naked)’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표 제품인 팬츠 카테고리를 스타일이나 운동 종목이 아닌, ‘몸을 감싸는 느낌과 정도’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매장에 진열합니다. 실제로 룰루레몬의 기술 개발 부서는 특정 스펙 대신 주관적 감정과 느낌을 디자인으로 구현하며, 이 작업에 대해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기반으로 퍼포먼스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하게 지지하는 기능이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룰루레몬은 여느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다양성에 집중해왔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계몽하기보다 특정 소수를 확실하게 만족시킬 방법을 연구한 셈이죠. 더욱 기대되는 대목은 개인마다 확연히 다른 몸의 움직임을 분석해 고도로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을 추천하는 단계를 브랜드의 미래 노선으로 밝혔다는 점입니다. 요가의 정신과 물리적인 기술력을 결합해 컬트적 성공을 거둔 룰루레몬이 ‘자기다운’ 성공 신화를 다시 써내려가길 기대해봅니다.











 

[출처] 매거진 B(한글판) Magazine B, 매거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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