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스토리] 자연과 그 속에서의 삶의 방식 / 송지혜, 르꼬따쥬 대표

우리 삼 남매의 아버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200년이 넘게 대를 이어 물려받은 땅에 작은 농장을 만드는 일이 그것입니다. 같은 꿈을 꾸게 되리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지만, 다시 우리 셋은, 아니 저를 제외한 두 형제의 배우자와 사랑하는 조카까지 우리 3대는 아버지의 그 꿈을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향기를 가진 바람을 즐겁게 느끼며 숨을 들이켜고 등하굣길에 마주하는 풀과 꽃에게 인사를 건네던 유년시절,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운 달빛에 가만히 멈추어 서 있던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절까지, 저는 늘 자연과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했습니다.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입학한 학교와 유학길, 그리고 인턴십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나라들에서 머물며 그곳의 바람과 공기와 자연, 전통과 문화를 경험하는 특권을 누렸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두고두고 감사할 일입니다.

호텔리어로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살아온 제가 워커홀릭이 되는 건 당연지사였을까요? 토록 자연을 사랑하던 어린아이가 산책을 나설 수 있는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으니 바쁜 삶에 공허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지요. 사실 지금 현대인의 대부분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요? 복잡하고 바쁜 삶을 살기에 떠나고 싶어 집을 나서면 더욱 지치는 여행길과 맛집, 핫플레이스에 치여 녹초가 되어 돌아오기 일쑤잖아요. 삶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삶의 여유를 찾는다는 것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라고 의례 단정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까요.

아버지의 꿈의 배경인 땅은 높지 않은 삼면의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골짜기에 고즈넉한 한옥과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차량이나 사람들의 이동이 적어서 하늘을 흐르는 구름을 감상하며 새소리를 듣기에 제격입니다. 이름은 르꼬따쥬(Le Cottage)’로 정했는데, 불어로 우아한 전원주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인위적인 건물보다는 훨씬 더 우아하긴 합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때때로(아니, 실은 자주)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으십니다. 대답은 늘 같아요. “뭐든,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곳이에요.”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서의 소박한 삶의 방식들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간과 땀을 들여 만들어가고 있는 공간으로 방문하시는 분들께 자연 그대로의 시간을 오롯이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느끼고 경험했던 그 아름다운 시간을 말이죠.

선조들이 사용하던 맷돌, 다듬잇돌과 홍두깨, 떡판과 떡매는 이 고택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토록 소중한 유산을 받았으니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자연의 삶을 더욱 열심히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저희의 큰 사명이 되어가고 있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역 농산물과 소박하거나 트렌디한(반대의 개념이지만 그래서 더욱 이 시대를 위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아이템들이 가득한 가든 마켓(Garden Market)을 열 예정이고요, 뒷마당 안쪽에는 아이들에게 각자의 팜(Farm) 6개월, 1년 단위로 분양해서 심고-자라고-수확하는 과정을 알게 해주려고 합니다. 함께 온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자연 운동장, 엄마와 아빠가 쉴 수 있는 선베드에는 기호에 따라 팜크닉(Farmcnic)세트, 또는 샴페인과 카나페를 준비하려고요. 아틀리에에서는 취향을 공유하는 살롱이 정기·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실내외 대관은 소규모 모임이나 웨딩, 돌잔치 등의 이벤트를 위해 운영합니다.

얼마 전 할머니가 스물한 살에 시집올 때 타고 오셨다는 가마를 내어주셨는데, 다가오는 봄에는 할머니를 닮은 꽃들을 가득 담아 그 이야기와 시간을 공유할 예정이에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서 말씀하셨듯이 저 역시 이 시대의 우리가 한없이 갖길 원하는 것은 높은 문화의 힘, 즉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우리 자신과 남에게 행복을 주는 높은 문화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전통과 자연을 회복하고 남아있는 것들을 보존하고 또한 진실하게 영유하며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사는 동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하던데, 저는 제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또 직접 실행해가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저희는 꿈을 꿉니다, 수십 년 전 아버지가 꾸셨던 꿈을. 함께 꾸며 실현해갑니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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