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 e-tron

아우디가 역사상 처음으로 전기 SUV라는 새로운 종을 선보였다. 최고출력은 408마력에 달하고 네바퀴를 굴리며 ‘차체자세제어장치’(ESC off)를 넣었다. 과연 아우디 e-트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까? 

 

 

폭스바겐 일티스(Iltis)를 만든 사람은 1980년 아우디의 콰트로 출시에 의도치 않게 큰 역할을 했다. 시간을 빨리 감아 2018년으로 되돌리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지배한 박스형 쿠페인 콰트로의 흔적을 아우디 라인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A1부터 Q8까지 최신 모델에는 스타일 요소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더해 아우디 엔지니어는 이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콰트로 최신 버전을 e-트론에 넣었다. 아우디 e-트론의 디자인은 나미비아에서 위장막으로 가려진 프로토타입을 볼 때조차 다른 모델로 착각할 정도다. 날카로운 헤드램프? 크롬 테두리의 옥타고날 그릴? 바로 연결된 얇은 테일램프? 모두 있다.

 

그러나 아우디 포트폴리오에 있는 다른 SUV가 아니라 최신 아우디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스타일 요소를 적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을 뿐이다. 재규어가 전기 SUV인 I-페이스를 만들면서 브랜드 디자인 언어를 최대한 억제한 것과 달리 아우디는 정반대로 접근했다.

 

오버부스트 기능을 켜면 0→시속 100km 가속을 5.5초에 끝내고 코너를 탈출하자마자 가속이 바로 이어진다<br>
오버부스트 기능을 켜면 0→시속 100km 가속을 5.5초에 끝내고 코너를 탈출하자마자 가속이 바로 이어진다

 

실내 역시 Q8과 같은 다른 아우디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버추얼 콕핏 디지털 계기판과 트윈 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있어 굉장히 아우디답다. 특히 버튼을 거의 없앤 덕분에 최신기술이 가득하고, 상당히 정돈된 운전석을 자랑한다. 아우디가 브랜드의 첫 순수전기차로 세단 대신 SUV를 선택한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디 스타일이다.

 

그리고 더 큰 차체와 높은 지상고는 디자이너가 넓은 탑승자 공간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그 아래 더 큰 배터리를 넣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로 인해 아우디 e-트론은 성인 4명이 타도 머리 또는 무릎 공간에 고통 받을 걱정 없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으며, 660L에 달하는 트렁크 용량 덕분에 이케아에서 웬만한 가구를 직접 실어 올 수 있다. 

 

또한 보닛 아래 엔진이 없는 만큼 이곳을 두 번째 트렁크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아우디는 이곳에 충전 케이블처럼 간단한 아이템을 저장하기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다. 따라서 노트북이나 작은 가방을 넣기에는 충분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트론은 프로토타입에 위장막을 씌웠지만 아우디 가문 출신이 확실하다<br>
e-트론은 프로토타입에 위장막을 씌웠지만 아우디 가문 출신이 확실하다

 

차체 속은 한층 더 진화한 MLB 에보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이는 아우디 Q5, Q7을 비롯해 벤틀리 벤테이가, 포르쉐 카이엔 등 여러 차의 바탕이 된 구조다. 이렇게 함으로써 개발 비용을 줄이고 엔지니어가 필요에 따라 다른 차의 부품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Q5, 액슬 마운트는 Q7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구동장치는 e-트론에 맞춰 새로 제작했다.  

 

아우디 e-트론의 핵심은 700kg에 달하는 95kWh 리튬이온 배터리다. 네바퀴굴림 특성상 앞뒤 차축에 하나씩 붙은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2개의 전기모터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활성화하면 순간적으로 시스템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67.3kg·m의 성능을 낸다. 보통 환경에서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355마력, 최대토크는 57.2kg·m이며, 0→시속 100km 가속을 6.4초에 끝낸다.

 

오버부스트 시 0.9초 정도 줄어드는데 이 정도 차체 크기를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차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 내가 e-트론의 무게를 묻자 아우디 측에서 비밀유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우디 e-트론의 비밀병기는 고프로 렌즈 크기의 작은 카메라 2대다.

 

운전자는 모든 모드에서 스티어링이 가볍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아주 자연스럽게 작동한다<br><br>
운전자는 모든 모드에서 스티어링이 가볍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아주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이 카메라는 보통 사이드미러가 장착된 공간을 대신해 안테나처럼 튀어나온 ‘L’자 모양의 끝에 달려 있다. 돈을 더 내고 이 옵션을 고르면, 도어 패널에 통합된 스크린에 화면을 띄우는데 적응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스크린이 일반 사이드미러보다 너무 낮은 곳에 배치돼 있고 밝기도 조절할 수 없어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운전할 때 햇빛이 반사되는 문제점도 있다.

 

물론 기존 날개형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로 인해 공기저항이 줄어들어 충전된 배터리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조금 더 늘어나는 이점은 있다. 아우디 엔지니어들은 공기저항을 줄이고자 공기역학적으로 최적화된 나사를 개발, 배터리를 차체에 고정했으며 앞 범퍼의 통풍구를 막았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를 0.28Cd로 낮춰 테슬라 모델 X(0.25Cd)와 재규어 I-페이스(0.29Cd) 사이에 자리 잡았다.  

 

아우디 e-트론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을 맡은 미하엘 베인(Michael Wein) 엔지니어는 “e-트론에는 수많은 컴퓨터 기술이 들어가 있지만 컴퓨터 느낌이 나는 차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자동차 본연의 느낌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스스로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실내에 버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br>
2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실내에 버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컴퓨터가 아닌 자동차 느낌을 강조하면서. 재규어처럼 가속할 때 나는 우주선 같은 인공적인 소리를 오디오 스피커를 통해 실내로 들여보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아우디 e-트론은 아주 유명한 콰트로 일족의 구성원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때로는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의 성능으로 자동차처럼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미하엘 베인 엔지니어는 마치 새로운 공화국의 시민이 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비록 랩 타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e-트론이 뉘르부르크링을 두 바퀴 도는 동안 과열이나 배터리 부족으로 멈추지 않고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나미비아 사막 한가운데에 임시로 만든 트랙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작은 비행기가 달빛을 활주로 삼아 착륙할 수 있는 흔한 염전이었다.

 

나는 자동차가 노면을 파악하고 차축 사이에서 적절한 토크를 분배하는 오토 모드에 놓고 첫 바퀴를 달렸다. 심지어 내가 조금 빠르게 회전해도 수많은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이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다. 나는 서킷 레이아웃을 기억하면서 적도 아래 지역의 특유의 따뜻한 바람에 주의를 기울이며 속도를 높였다.

 

 

전기차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ESC 시스템을 완전히 끈 다음 미끄러운 노면을 이용하자 스포트 콰트로를 탄 발터 뢰를(Walter Rohrl)이 된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아우디 e-트론은 운전자와 격렬한 싸움을 하지 않고 함께 리듬을 탄다. 차의 크기나 상당한 무게를 생각하면 꽤 인상적이다. 

 

낮은 무게중심은 전자식 콰트로 시스템이 바퀴에 토크를 직접 전달해 최고의 트랙션을 유지하고 동시에 코너에서 차에 출력을 제공하는 와중에도 보디 롤을 없애는데 도움을 준다. 전기모터는 코너를 탈출할 때 아주 빠르게 출력을 전달한다. 확실히 아우디 e-트론은 가족용 럭셔리 SUV보다 운전 재미가 훨씬 뛰어나다.

 

예리한 코너 앞에서는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완만한 코너에 접근하자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들어 회생에너지 시스템을 활용해 속도를 줄여봤다. 아우디의 영리한 전자 시뮬레이터는 진보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의 존재를 뒤흔들 만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브레이크 페달에 압력을 가하는 것 같다. 또한 안티 록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진동을 없앴다.

 

 

아우디는 e-트론이 하드코어한 오프로더가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당연히 정통 오프로더인 지프 랭글러나 루비콘 트레일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아우디 Q3이나 Q5처럼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최후의 수단으로 내장된 오프로드 모드로 바꾸면 구동 성능을 완전히 끌어올리고, 배터리가 바위에 부딪히는 것을 막고자 에어 서스펜션을 5cm 정도 높인다. 

 

나는 이 모드로 설정한 다음 아우디 e-트론을 진창에 빠뜨리지 않고 오렌지색으로 물든 모래 위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발이 빠질 정도 깊이의 도랑을 포함해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대부분 오너는 e-트론의 이런 능력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겠지만 모험심이 강한 운전자라면 십분 활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우디 e-트론은 대형마트를 가는 일상적인 활동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것은 지금 말하기 곤란하다. 우리의 시승 경로에는 포장도로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린과 영양이 지배하는 땅을 오가면서 여러 의미로 지저분한 도로를 달렸다. 경치는 좋았지만 이러한 곳에서 진행된 프로토타입 시승은 고속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또 실생활에서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를 평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식 구동 장치의 예민한 반응을 알 수 있었다. e-트론 함대에서 잠시 빠져 나와 약 시속 50km가 넘도록 가속했다. 운전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꿔도 스티어링 감각은 가벼운 편에 속했다. 나는 이번 프로토타입 시승을 통해 아우디 e-트론이 재규어 I-페이스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고 태어났다고 느꼈다.

 

그러나 포장된 도로에서 e-트론 양산차의 핸들링과 편안함, 전체 성능을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우디가 급성장하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비용을 전혀 아끼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버추얼 미러업계에 확산 신호탄이 될까?>

 

 

아우디 e-트론 옵션에는 기존의 문에 달린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미래지향적인 카메라가 있다. 보통 문손잡이나 스피커가 있는 곳에 한 쌍의 7.0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달아 화면을 띄운다. 그중 하나는 터치스크린으로 운전자가 시야각을 조절할 수 있다. 

 

버추얼 미러 기술은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고, 고속으로 달릴 때 풍절음은 줄일 수 있는 놀라운 효과를 낸다. 그러나 화면은 기존 사이드미러보다 낮은 곳에 있다. 따라서 운전 중에 이를 확인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며 직사광선이 비추는 경우 눈부심 현상이 문제가 된다.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자동차산업 전반에 널리 퍼질 것으로 보인다.

 

<tester’s note>

아우디 e-트론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는 컴퓨터가 아닌 보통 차를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오버부스트 기능을 켜면 0→시속 100km 가속을 5.5초에 끝내고 코너를 탈출하자마자 가속이 바로 이어진다

 

<AUDI e-TRON>

아우디는 디자인이나 느낌적으로 배터리로 구동되는 차가 아닌 것처럼 보이면서 고급스러운 전기차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e-트론을 개발했다. 초기 느낌은 아주 좋다

가격 7만1000파운드(약 1억380만 원 예상)

엔진 전기모터 2개

시스템출력 355마력, 408마력(오버부스트)

최대토크 57.2kg·m, 67.3kg·m(오버부스트)

변속기 단일 변속기

무게 na

최고시속 200km

0→시속 100km 가속 5.5초

연비 na

주행가능거리 400km(WLTP)

CO₂ 배출량 0g/km


[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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