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Re-, 시대를 짓다

2015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Re-, 시대를 짓다
 
2015년, 우리의 건축 문화는 어디쯤 와 있을까. 그 현주소를 공유하는 건축 축제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 사적 제284호)에서 열렸다.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는 1982년 시작된 이래 서울에서 개최됐으나, 전국 건축인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교류하여 건축 문화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2008년부터는 서울과 지방에서 번갈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는 광주에서 열렸고 올해는 다시 서울에 그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2015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의 주제는 ‘Re-, 시대를 짓다’이다.
재생, 건축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다.
올해 주제는 바로 이 ‘재생’의 연장선에서 건축의 ‘짓는’ 가치를 되새겨보자는 의미다. 이러한 주제 아래 주제기획전,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 한국건축가협회상 및 젊은건축가상, 대한민국건축대전 수상전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전시와, 세미나, 강연, 답사 등의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특히 문화제가 열린 문화역서울 284는 건물 그 자체가 현시대에 적합한 재생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올해 주제에 적합한 장소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역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중앙홀이 나타난다. 르네상스풍의 고풍스러운 돔이 눈길을 사로잡는 중앙홀 천장에는 여러 개의 원통형 스크린이 마치 조명처럼 매달려 있다. 이번 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주제기획전이다. ‘Re-Evolution of the Civilization’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문명’에 주목한다. 당시의 문화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문명은 건축의 생성과 진화에 직접 맞닿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이해와 과학 심리적 해석을 통해, 건축과 도시의 진화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원통형 스크린에는 인간의 의식과 문명의 의미를 건축 외적인 시각에서 살펴본 영상들이 투영된다. 작곡가, 철학자, 뇌과학자, 미래문명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한 만큼, 공간과 문화에 대한 시야를 넓혀 볼 좋은 기회였으나, 전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앙홀 오른편에는 역사 내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옛 3등 대합실이 자리한다. 승객들로 북적이던 이곳에서는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이 열렸다. 기존의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전을 국제적 규모로 확대한 것으로, 전 세계 건축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 건축의 흐름을 살펴보고 한국 건축이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27개국에서 총 131명의 건축가가 참여했으며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전시다.
전시장에는 가로세로 60cm, 높이 180cm의 전시대들이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백여 명이 넘는 건축가들의 대표작과 그들의 건축 철학은 주어진 부스 안에서 사진, 도면, 모형 등 다양한 자료들로 소개된다. 전시대의 규격은 정해져 있으나 그 외에는 별다른 제약사항이 없었기에 전시대의 디자인이나 구성 방식에서도 건축가들의 각기 다른 색깔을 느낄 수가 있다. 전시실 한편에는 작가들의 대표작이 담긴 엽서들을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해 두어,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상당히 풍성했던 이 전시도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관람객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이었다. 131개의 부스를 놓기에는 전시장이 너무 협소했던 것이다. 때문에 메인 전시장 외에도 그 뒤쪽 공간을 제2전시장으로 사용했으나, 부스들의 간격이 한 보 밖에 안될 만큼 비좁기는 마찬가지였고, 관람 도중에 다른 작품이나 관객과 부딪히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어디에 어떤 작품이 놓였는지 설명하는 키맵도 없어 보고 싶은 작가들의 작품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참가비를 낸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를 배정했으니 작품들을 두 전시장에 나누어 배치한 기준도 없었던 셈이다. 작품의 주제나, 건축 철학의 키워드, 건축가의 출신 국가 등, 최소한의 구분 기준만이라도 제시됐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전시 기획단계에서 참여 작가로 선정된 건축가들도 등록비를 내지 않으면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다. 예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국내 최대의 건축 문화 축제를 지향하는 만큼 보다 완성도 있는 구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예산 투자도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제1의 캐치프레이즈는 '대중과의 소통'이다. 겉보기에만 화려한 전시로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 진정한 공감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성이 필요할 때다.
다음으로는 ‘한국건축가협회상,특별상’과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의 수상작 전시장이 이어진다.
한국의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우수 작품에게 수여하는 한국건축가협회상은 1979년부터 시행되어 38회를 맞이한 유서 깊은 상이다. 올해도 서면 및 현장 평가를 거쳐 7개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규모 사무공간부터, 공장, 대학 도서관, 유치원, 숙박시설, 공동주택과 개인 주택까지, 규모나 용도와 관계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이끌어낸 작품들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좋은 공간을 발굴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공동 제정한 상으로, 올해는 총 여섯 개의 건축물 및 장소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순천의 쇠퇴한 구도심을 예술 및 상업과 연계하여 활성화한 사례, 버려진 찜질방을 생활 밀착형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 그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들을 복원하고 재생시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만든 사례 등,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소개됐다.
역사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옛 귀빈예비실은 젊은건축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역량있는 신진 건축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고 있는 ‘젊은건축가상’의 올해 수상자 전시다. 총 30개의 지원 팀 중 엄격한 1, 2차 심사를 통과한 최종 수상자는 이은경(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주)), 조진만(조진만 아키텍츠), 강예린·이재원·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총 3팀이다.
전시장에는 수상자들의 대표작 모형, 스케치, 사진, 도면 등이 놓여있다. 흥미롭게도 세 팀의 공통 키워드는 바로 ‘주택’이었다. 함께 살고 나눠 쓰는, 과거와는 달라진 개념의 실험적 주택, 동시에 건축적인 완성도 역시 놓치지 않은 이들의 작품은 젊은건축가들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준 좋은 지표였다.
1층 중앙홀 왼편에는 ‘2017 UIA 서울세계건축대회 홍보관’이 마련됐다. 지난 2014년 세계건축대회가 열렸던 더반에서 차기 개최지인 서울을 알리기 위해 제작했던 임시 파빌리온을 다시 한 번 설치한 것이다. 파빌리온의 기본 모듈은 포맥스로 된 작은 격자틀이며, 이 격자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입체적 구조체를 통해 서울의 숨겨진 신비스러움과 또 다른 차원의 역동적 도시조직체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막식 당일에는 홍보강연회도 진행됐다. 관계자는 세계건축대회가 한국 건축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이자 경제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행사인 만큼, 정부, 지자체, 건축 단체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문화역서울 284를 소재로 한 사진작가 20여 명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서울역의 과거와 현재를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낸 이 사진들과 함께 관람객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한 서울역을 만나고, 다시 그 익숙한 낯섦으로부터 지금여기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옛 정취에 빠져드는 사이, 사진 속 그 시절에는 최고의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꼽혔던 대식당에 다다르게 된다. 높은 천장 아래 달린 우아한 조명, 고풍스러운 대리석 벽난로로 꾸며진 이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건축 공모전, ‘제34회 대한민국 건축대전’의 수상작들이 전시됐다. 올해의 공모 주제는 ‘삶의 가치와 맥락을 잇다’였으며, 대상 1작, 우수상 4작, 특선 5작, 입선 50작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참신한 아이디어부터 전시대 디자인, 다양한 표현을 총동원한 모델까지 예비 건축가들의 건축적 역량과 개성 있는 작품을 살펴볼 수 있어 관련인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외에도 이번 문화제는 ‘문화역서울 284’주변을 둘러보는 답사 프로그램과 서울역을 찍은 커다란 사진 위에 건축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붙이는 이벤트, 건축학교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전시까지, 여러 세대를 아우르며 건축의 다양한 의미를 되새겼다.
건축은 어렵고 먼 존재가 아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소통이 바탕이 될 때 건축의 짓는 가치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올해 남긴 아쉬움을 발판삼아 한층 더 발전한, 그리하여 우리의 건축 문화를 더욱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는 모두의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글 / 전효진 기자, 채미애 기자, 사진제공 / 사. 한국건축가협회

[출처] 건축과 환경 C3 Korea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포스트 공유하기     
건축과 환경 C3 Korea

건축과 환경 C3 Korea

정기구독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