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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각오는 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방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1년은 그에게 고난의 1년이었지만 단련의 1년이기도 하다. 청문회를 나흘 앞둔 12월 10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시간과 망각은 대개 정비례한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은 이를 보여준다. 슬픔과 분노만으로 차고 넘치던 시간이 지나자 망각이 만들어낸 빈틈으로 다른 말들이 들러붙었다. 세금도둑, 피로도, 특조위 해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불편한 사람들은 망각의 힘을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시간과 망각의 비례성보다 시간과 진실의 함수관계를 믿는 편이다. 이건 그의 경험칙이다. 그가 맡았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시간이 흐르며 그 진실이 드러났다. 그가 앞장섰던 호주제 폐지 운동도 시간이 지나면서 결실을 맺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이 자리를 맡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나 무거운 자리다.” 진실을 밝혀내는 일의 시작은 언제나 힘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안 보이던 힘들이 보태졌다. “시간이 지나면 초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예상치도 못했던 분들의 도움을 받고 사회 여론의 지지도 받게 된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더라.”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건 진실의 숙명이다. “진실이 쉽게 드러난다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면 그때 가서야 비로소 안도를 하지만 그렇게 갈 때까지 너무나 많은 변수들 때문에 괴로워하게 된다. 이런 괴로움과 고뇌는 숙명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괘념치 않는다.”

“우리가 지쳐 쓰러지면 안 된다”
특별조사위원장으로 일했던 지난 1년 동안 그는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생각이 많아서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았다. 위원장 자리를 맡으면서 각오는 했지만 시행령, 예산, 특조위원 사퇴 등 정부와 여당의 방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경험에 비추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지난 1년은 고난의 1년이었지만 단련의 1년이기도 하다. “1년 동안 단련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된 면들이 있다. 어려움을 달게 받아서 해나가야지 우리가 지쳐서 쓰러지면 안 된다.” 청문회를 나흘 앞둔 12월 10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석태 위원장을 만났다.
이석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청문회의 취지를 밝혔다. “청문회를 통해 작년 4월 16일 발생한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밝히고자 한다.” 그는 “세월호 사고가 참사로까지 번진 건 구조과정에서 정부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런 비극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조사하고자 하는 ‘정부 대응의 적정성’은 특별법에 보장돼 있다. 세월호 특별법 5조 3항은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이 특조위의 업무 요건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해수부 문건대로 진행돼 당혹스러워”
특별법이 명시했음에도 조사 대상이 정부 수반인 청와대를 향할 때마다 특조위의 활동은 번번이 막힌다. 지난 11월 23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청와대 조사건에 반발해 여당 측 추천위원들은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특조위 위원은 야당 추천 5인, 여당 추천 5인, 유가족 추천 3인, 대법원 추천 2인, 대한변협 추천 2인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됐다. 특별법이 보장한 정부 대응의 적정성 조사에 정부 수반인 청와대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 얘기만 나오면 한 쪽에서는 특조위 해체를 주장한다. 이 위원장은 독립기구인 특조위에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시도들이 곤혹스럽다.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특조위로서는 가장 덜 정치적인 것을 해서 성과를 거두고 다소 정치적 부담이 있는 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는데, 특조위를 어떻게 보는 건지.”
11월 23일 전원위원회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문제가 됐던 안건은 <제15-108호 의결의안>이다. 청와대 등의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건으로, 이날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청와대의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았는지, 컨트롤타워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 신청이었다. 그러나 여당 측 추천위원들은 이 안건을 ‘대통령의 사생활 조사’라는 프레임으로 전환시켜 논의는 금방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 여부로 변질돼 버렸다. 여당 측 추천위원들의 발언이다. 황전원 위원은 “신청인의 본연의 취지에는 대통령의 7시간이라든지,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다 포함이 돼 있다”고 말했다. 차기환 위원이 덧붙인다. “세월호참사 당시의 대통령 행적, 이른바 7시간 행적이니, 이런 사고 진상규명과는 관계없는 부분도 당연히 빠질 걸로 생각을 해서.” 고영주 위원은 세월호 침몰 인명구조와 대통령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대통령은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들은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 수반인 청와대와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는 건 특별법상 피할 수 없는 직무다. 조사해달라고 피해자 측에서 신청했다. 일곱 시간을 ‘빼야 한다, 넣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반발했던 여당 측 추천위원들이 말한 7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여당 측 추천위원들은 이 시간을 조사에서 빼자는 건데 그렇다면 4월 16일 당일에 직무와 관련된 건 조사하지 말자는 말이 된다.”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상황을 보고받고, 어떻게 상황을 인식했고, 어떻게 지시를 했는지는 사건 규명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여당 추천위원들의 주장은 애초에 대통령을 조사할 수 없다는 것 아닐까.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직무상 관련된 것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걸 그렇게 파행으로 만들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특조위원들이 4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시행령 철회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독립된 정부기구를 이렇게 대우하다니”
지난 11월 언론에 보도된 해수부 추정 문건은 여당 추천위원들의 행동이 의도적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문건은 특조위가 청와대를 조사할 경우 여당 추천위원들이 이를 막으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해당 문건 1쪽에는 특조위가 BH(청와대)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하면 여당이 추천한 특조위 위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라는 지시가 나와 있다. 나아가 필요하면 사퇴의사까지 표명하라는 지시도 있다. 이 문건의 내용과 여당 추천위원들의 행동은 맞아 떨어졌다. 여기에 대한 해수부의 해명은 없다. 이 위원장의 말이다. “해수부의 해명은 아직 없다. 문건에 일련의 행위들이 나열돼 있다. 가령 이헌 부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위원들에 대한 움직임 등이 나와 있어서 그런 게 정말 이루어지나 관심을 가지고 봤다. 공교롭게도 그렇더라. 이 문건에는 ‘우리 부(해수부)’라는 표현이 나와 있다. 고위 관료들의 이름도 있고. 그래서 해수부 문건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어쨌든 그 문건대로 일이 진행되는 걸 보고 당혹스러웠다.”
해수부 추정 문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예상 외로 담담했다. 특조위 활동에 대한 정부의 방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수부 추정 문건으로 실체의 단면이 좀 더 드러났을 뿐이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행동은 특조위 힘빼기와 발목잡기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준비기구를 꾸리고 일을 했다. 올해 2월 하순쯤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아무리 늦어도. 그러나 전혀 되지 않았다. 정말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특조위 핵심 자리에 조사대상자가 되는 부처의 공무원을 파견하겠다는 시행령이 내려왔다. 공무원 파견은 위원장의 권한임을 명시한 특별법 21조 1항에 반하는 시행령이었다. 이 위원장은 특조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광화문에서 나흘간 농성을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를 막아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행령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예산을 주지 않았다. 예산이 없어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했다. 지난 8월에야 받은 예산은 요청안보다 절반 가까이 삭감됐다. 핵심부서인 진상규명소위원회 진상규명국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특조위에서 인원을 선발한 후 발령 요청을 냈는데 아직까지 정부에서 발령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독립된 정부기구를 어떻게 이렇게 대우하는지 참 불가사의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출범 초기부터 새누리당으로부터 ‘예산’으로 공격을 받았다. 김재원 의원은 ‘세금 도둑’이라고 비판했고, 예산이 늦게 내려와 월급을 소급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내년 예산도 3분의 1로 깎였다. 60억원이다. 예산 삭감의 빌미가 된 것도 ‘청와대 조사건’이었다. “한창 내년 예산을 교섭하는 중에 청와대 조사로 여당 위원들이 반발하는 문제가 생겼다. 교섭 중에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섭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소위에서 122억원을 인정했다. 그리고 활동기한이 늘어나게 되면 그에 맞춰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여야 간 합의한 것이다. 그러다가 청와대 조사가 논란이 되면서 여권이 합의에 전혀 응하지 않더라. 농해수위 결정이 후퇴해서 원래 기재부 안대로 간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 또한 예산을 깎기 위한 여당의 빌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기재부 안대로 줄 생각이지 않았냐는 의혹 제기다. “표면적으로 보면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게 예산 삭감에 영향을 미친 것 같긴 한데, 그러나 그게 없어더라도 뭔가 다른 이유를 들어 최종적으로 기재부 안으로 가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다.” 사업비가 대폭 삭감되다 보니 당장 내년 조사활동이 걱정이다. “특조위의 조사는 사무적으로 앉아서 하는 조사가 아니라 왔다갔다 하면서 전문가 도움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사업비를 다 깎아서 이 규모로는 힘들다. 다른 어떤 조직보다 사업비가 크게 필요한 조직인데 그걸 다 깎았다.” 조사에 필요한 중요한 사업도 경우에 따라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사업비 다 깎아서 이 규모로는 힘들다”
특조위의 손발을 묶는 정부와 여당의 노골적인 활동 방해 속에서 특조위는 독립기관이 아니라 고립기관이 되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를 잊어가는 여론지형도 특조위의 활동을 고립시키는 것 같다. 이석태 위원장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힘든 조건임에도 담담하게 말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차피 상당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동반하고 있다. 국지적으로 보면 외롭거나 고립돼 있지만 적어도 진실을 추구하면 반드시 편이 생긴다. 그 편은 국민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월에 시행령에 반대하면서 농성을 했는데, 고립되고 외로웠다면 못했을 것이다. 어떤 단계에서는 고립된 것처럼 보여도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일관되게 한국 사회가 민주화로 진전한 것처럼, 그러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여론의 향배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은 평소에는 특조위 활동을 보도하지 않다가 틈이 생기면 왜곡해서 보도를 한다. 그런 걸 보고 좌절하지 않는다. 보통 여론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왜곡보도가 나오면 반론을 내면 되고, 우리대로 일관되게 정도를 가면 된다. 우리에게는 국민들이 부여해준 힘이 있다. 한국 사회가 정직한 사람이 대우를 받지 못하는 속성이 있는데, 특조위도 한국 사회의 일부이지 않나. 한국 사회의 문제점도 우리가 그대로 안고서 싸워나가야 한다.”
 
내년 4월이면 세월호 참사 2년이 된다. 지난 1년간 정부·여당의 방해와 싸워 온 이 위원장은 12월 14일 청문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다시 하려고 한다. “청문회를 시작으로 진상규명을 하고자 하는데 낙관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진전해 온 것처럼 세월호라는 한국 사회의 무거운 문제를 해결해가는 단초는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거기서 이 사회가 진전할 수 있는 신뢰의 받침이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송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한국 사회의 비극의 진상을 규명하는 자리는 무거웠다. 그 무거움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가끔 생각한다. “특조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 것과는 별개로 안타깝게도 아직 제대로 시작을 못했다. 정부와 대응해나가면서도 성과를 내고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송구하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뛰어난 역량을 갖춘 분이 혹시 위원장이었더라면 그래도 뭔가 보여주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특조위의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외압 속에서 특조위는 벌써 꺾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조직에 외압이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외유내강인 위원장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외압에 꺾였을 수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출처]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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