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다큐멘터리] 아스티에 드 빌라트


이슈 소개

 

여든다섯 번째 매거진 입니다.

 

마감 도중 머리를 식히려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4년 전 올린 포스팅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투명해졌으며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부질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국 사람들을 구원하는 건 부동산 시세나 무인 자동차가 아닌 아름다움이 될 테고, 아름다움만이 불확실성을 초월할 수 있겠지.” 지금 와 돌아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듯합니다.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올 한 해,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며, 빅데이터와 가성비, 그리고 처분 가치가 소비 트렌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물론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므로 각자 그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찾고 누린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프랑스의 세라믹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그런 점에서 아름다움의 본질을 추구하며, 조건의 개입 없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아름다움 자체가 쓸모가 될 수 있다는 명제에 충실한 브랜드입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식기와 향초 등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 역시 “그저 공간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일종의 명상과도 같은 아름다움이다”라고 브랜드의 미학을 평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불완전함에서 비롯한다는 것입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은 중세의 테크닉을 따라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빚어 만든 덕분에 표면이 매끄럽기보다 굴곡이 있으며, 일반 도자기보다 가볍고 얇아 다소 유약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세라믹의 표정을 만드는 특유의 화이트 컬러 역시 균일하지 않고 거뭇거뭇한 흙 빛깔이 군데군데 드러나 마치 오래전 누군가가 사용하던 물건처럼 느껴집니다.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나고 예술을 전공한 두 창립자는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완벽한 상태를 지향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합니다. 불완전함과 결함을 허용하며 그로부터 탄생하는 우연의 아름다움을 물건에 담고자 한다는 것이죠. 브랜드 소유의 공방에 이미 숙련된 세라믹 장인을 들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철학을 뒷받침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아스티에 드 빌라트 물건은 고유의 생기를 띠게 됐고, 브랜드가 탄생한 1996년 이래 수많은 사람을 매혹했습니다.

 

“이렇게나 쿨하고 멋지다”라고 시끄럽게 선언하는 제품들 사이에서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은 ‘그들의 의도’와 달리 돋보입니다. 그들은 그럴싸한 수식과 문구를 동원해 꾀어내는 대신 물건과 나, 오로지 그 사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정서의 결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죠.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물건을 판매할 매장을 선택하고 연출하는 방식 역시 그러합니다. 파리 생토노레에 자리한 전용 매장에는 어느 수집광의 다락방이나 서재처럼 다양한 물건이 곳곳에 자유롭게 놓여 있습니다. 보석 모양 장식이 달린 보관함, 스누피 모양의 향초 뚜껑과 향기 나는 지우개, 벽지를 닮은 패턴 커버의 노트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이유는 아름다운 것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아름다운 것을 끌어당기도록 순리 그대로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빌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한 수상 소감을 되새겨보면, 아름다움 역시 이와 같은 논리를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가장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죠. 일관적 취향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거나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이 조화롭건 이질적이건 아름다움이란 개인의 세계 속에서 완성되니까요. 4년 전 긁적인 글귀처럼 다시 한번 아름다움이 초월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출처] [패키지] 매거진B ,매거진비2016 과월호 패키지 (총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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