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가야금, 일상의 울림 / 이수은, 가야금 연주가

가야금 공연 현장에서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갈 때, 무대 조명 때문에 객석을 잘 볼 수 없을 거라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 국악 무대는 기본적으로 어쿠스틱 음향 무대이기 때문에 그 본질적인 특성상 객석의 표정과 반응이 연주자에게 매우 잘 전달된다. 이처럼 연주자에게 객석의 생생한 표정과 반응이 바로 전달된다는 것은 객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객석의 반응에 따라 연주자가 자칫 흔들릴 수도 있다는 역기능도 상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 날 나를 위해 발걸음을 아끼지 않은 객석에 대한 나의 순수하고 온전한 책무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흔들림 없이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호흡과 반응을 내가 이끌 때도 있지만, 객석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것을 다채롭게 가꾸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국악과 가야금이라는 장르, 그 표현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융복합적 예술 문화 창작을 통해 잠재적인 객석과 무대를 찾아온 관객에게 보다 새롭고 깊이 있는 호흡과 반응을 함께 만들고 누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가야금의 철학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보기 위해 전자 가야금에 도전했던 순수한 어린 시절부터 이미 이러한 철학적 발걸음은 시작된 것 같다. 서양 음악과의 융합을 위해 ‘EAST & WEST’ 시리즈 공연을 한 것도 어느덧 4회가 되어 간다. 서양 음악과의 무대 구조적인 차이, 본질적 음색 및 음률의 차이 속에서 나와 관객들이 독특하고 오묘한 조화를 함께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무대 위 모든 곡은 초연으로만 구성해왔다. 장르와 감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즉흥시 낭독, 즉흥 그림 등의 협연 무대는 이러한 나의 음악적 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지난해 발매된 디지털 앨범 ‘THE EMOTION’은 국악과 가야금을 경험하는 데 호기심과 설렘의 문턱에만 머물러 있는 잠재적 관객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가려고 한 것이다. 이는 익숙한 뉴에이지(New Age) 장르를 가야금에 접목해 보다 편하게 접하면서도 일상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야금의 Easy Listening라는 나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놓고 마음 편안해지는 음악을 즐기려고 할 때, 보통 클래식이나 재즈 등을 떠올리는 게 우리의 보편적인 선입견이자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가야금을 통해 그러한 경계를 허물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문화적 작은 혁명을 일상에서부터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국악과 가야금 무대의 본질적인 특성상, 연주자의 실력과 감정의 깊이는 관객에 대한 전달 효과와 직접적인 함수관계에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매체가 공연이든 앨범이든 연주자의 내공과 감정이 보다 성숙하고 깊어질수록 관객에게 더 쉽고 인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무대에서 모든 객석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국악 무대의 특성은 바로 이러한 장르적 묘미를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선사한다.

일상의 수많은 크고 작은 경험, 희로애락의 모든 단면들이 바로 관객들에게는 또 하나의 페이소스, 정서적 호소력의 요인이 된다고 생각할 때, 나의 일상도 또 하나의 작은 무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늘 객석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경험하며 때로는 감정의 깊이를 공유하는 가야금 연주자로서 관객의 일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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