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행복을 찾아서 / 김정미, 화가

지난 2010년부터 <군중><일상> 연작을 작업해왔다. 두 연작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위로가 아닐까 싶다. <군중>에서는 현대인의 슬픔과 외로움을 무표정하고 차가운 군중의 모습으로 화려하게 표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들의 고독을 감싸 안아주고 싶었다. <일상> 연작의 경우에는 <군중>의 방식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행복의 순간을 떠오르게 하여 삶을 직접 위로해주고 싶었다. 두 연작을 병행하며 작업해왔지만, 최근에는 <일상>에 집중하고 있다.30대가 되어 삶의 무게를조금 더 버텨내야 하는 요즘, 나에게도 <일상>과 같은 직접적인 위로가 필요했다.

<일상> 연작은 우리 기억 속의 행복한 순간을 추출하여 캔버스에 그려내는 작업이다. 일상이라는 단어에는 반복되는 하루의 삶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나. 누군가의 기억에 존재하는 특별하고 행복한 순간이 그 일상과는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과 시간, 상황도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에. 해가 뜨고 지듯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순간들이 행복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 찰나와 같은 시간들의 기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내 작품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특별한 순간일상의 구분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뉴욕 센트럴 파크의 색소폰 소리와 사람들, 눈 덮인 설악산을 오르며 마셨던 공기, 강아지와 함께했던 산책의 시간처럼 나의 행복한 순간들을 재구성하여 <일상>에 표현해왔다. 또한 주변 타인들의 행복한 기억들도 캔버스에 옮겨왔다. 작업의 사전 단계에서 타인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가벼운 대화를 진행한다. 이 취재는 대상의 일상에서 행복한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인생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의 소재를 던져주는 이들의 얼굴은 흥분되어 상기되기도 하고, 엷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 이처럼 나는 작업실에 앉아 붓을 들고 캔버스에 칠하는 것만이 작업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업의 결과물이 관람객에게서 행복을 이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도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상>을 통해 그림 속의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행복했으면 한다. 작품을 보며 일상에서 벗어나 그림 속 순간에 젖어드는 긍정적인 일탈을 경험하면 좋겠다. 어느덧 작가 생활도 10년 차에 들어섰다. 미술작가로의 삶은 버티기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이라는 주제를 그리고 있지만 삶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작품을 보고 관객들의 행복함을 느낄 때, 작가로서도 인간 김정미로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따라서 삶의 모든 순간이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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