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人터뷰] 무대, 서로에게 빛이 되는 / 정선아, 뮤지컬 배우

배우는 작품으로 말한다. 무대와 관객을 매개하는 그들의 여정은 서사를 따라 삶의 진실에 도달해가는 과정이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35) 역시 17년 동안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구사하며 관객들과 그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타고난 끼와 실력으로 뮤지컬계의 디바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녀가 <위키드>파퓰러(Popular)’, <아이다>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My strongest suit)’를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모습은 인물 그 자체가 된 배우가 어떻게관객들을 설득시키는지 실감하게 한다.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이 변화성장의 곡선을 그리며 새롭게 거듭날 때, 관객들의 내면에도 공명을 일으키게 된다.

이는 캐릭터의 성장기이자 그녀 자신의 현재를 말해주기도 한다. 고등학생 때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지킬앤하이드><모차르트><아이다><위키드><보디가드><안나카레리나><웃는 남자> 등 수많은 작품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신뢰를 얻기까지, 그녀에게도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분명 거듭남이 있었을 것이다. 그 치열한 삶의 플롯을 좇기 위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그녀를 만나보았다.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 제작, 팝의 전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탄생시킨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다>의 마지막 오리지널 버전 공연에서 암네리스로 살고 있는 그녀는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었다.

마지막 시즌이라 무대에서 불살라야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핑퐁처럼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어요(웃음). 암네리스는 마냥 철없어 보이고, 보이는 게 전부라는 어린 마음도 갖고 있지만, 여자로서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이고 사랑 앞에서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중요시하는 인물이에요. 확실히 삼연을 하는 동안 시각과 시야가 넓어진것 같아요.”

배우로서 여자로서 그리고 인간 정선아로서 성장 중인 그녀는 무엇보다 배우들과의 합을 강조하며 오롯이 작품의 인물로서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녀의 인생 넘버 ‘My strongest suit’가 있는 화려한 1막보다는 장중한 2막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암네리스의 여정을 낱낱이, 세세히 보여주고 싶은 강한 의지에서이다.

예전에는 암네리스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악적으로 더 풀려고 했죠. 음악은 우리의 감정선을 잘 이해해주니까요. 1부에서는 아량이 그리 넓어 보이진 않았는데, 2막에서 확 변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아리고 파르르 떨린다는 게 너무 이해되니 연기적으로 더 풀 수 있죠. ‘I Know the Truth’를 부를 때의 감정도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사랑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슬픈 감정이 컸다면 지금은 그녀의 여정을 떠올리며 불러요. 이런 상황이지만 이집트의 공주, 여왕으로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 그 진심으로.”

아이다와 라다메스, 이 둘을 한 무덤에 함께 묻으라는 그 짧은 대사도, 가사 하나까지도 이제는 쉽게 내뱉지 못하겠다는 그녀는 무대 위 모든 발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묵묵히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것들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궤적과 같은 이 작품에서 한 인물로 세 번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매번 새로 태어난 암네리스와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저를 성숙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줬어요. 그래서 그 피날레를, 마지막 문을 닫고 싶었죠. 정말 옳은 선택이었어요. 이 아름다운 무대에 선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30대에 가장 잘한 일은 <아이다>와 재회한 것과 중국에 간 거예요. 살면서 한 번쯤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보고 싶잖아요. 언어와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중국으로 훌쩍 떠났는데, 휴식기 동안 값진 경험을 하며 무대의 소중함을 절감했죠. 애국심도 막 생기더라고요(웃음).”

자신이 암네리스인지 암네리스가 자신인지 모를 만큼 인물과 혼연일체가 됐다는 그녀는 10년 뒤에 이 작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연신 밝은 미소를 보이던 그녀가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이전에도 지금도 그 이후에도, 어떤 작품보다 마음속에 살아 숨 쉴 것이라고 했다. 극 중 누비아인들이 누비아는 우리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했듯이.

처음에는 <지킬앤하이드>의 루시처럼 센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내 안에는 강인하고 거친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런 곡을 더 좋아했죠. 그런데 암네리스를 만나면서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했고, 정체성도 찾았어요. 캐릭터의 레인지가 넓혀지면서 <위키드>의 글린다로 이어졌죠. 이번에 아이다로 제안을 받았는데, 암네리스로 오디션을 봤어요. 첫사랑과 같은 인물이고, 이 역할로 사랑받았기 때문에 암네리스로 기억되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어느덧 연륜이 묻어나는 17년 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이다. 한 해 한 해 인생의 나이테를 늘려가면서 늘 새기는 말은 감사라고 한다. 감사는 자기만족과 비례한다고. 작은 것에 감사하면 모든 게 소중하고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무대가 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관객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작품에 몰입하며 행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소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려면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도.

인생의 모토가 후회 없이 하자인데, 신기하게도 오늘 100을 쏟아부으면 내일 100이 충전되더라고요(웃음). 제 삶의 1순위는 사랑도 돈도 아닌 무대예요. <아이다> 첫 공연을 하면서 나는 무대에 있어야 하구나생각했어요. 관객들과 만나는 기쁨과 전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든요. 2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는데, 한 분야에서 박수를 받는다는 건 무한한 영광이잖아요. 시작할 당시에는 뮤지컬이 대중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진 않았지만 월간에세이 에세이 수필 감동글 좋은글 인터뷰 뮤지컬 뮤지컬배우 정선아 뮤지컬계의디바 아이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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