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처럼 당찬 '미혼모'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은 하마로 묘사된다. 풀만 먹어 온순할 것 같지만 사실은 밀림에서 가장 무서운 맹수 하마. 얌전하지만 강단 있는 ‘미혼모’ 동백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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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가난한 엄마고, 아빠 없이 키워 미안한 엄마긴 하지만 부끄러운 엄마는 아니에요. 저 그런 짓 한 건 하나도 없어요." 배우 공효진이 열연한 드라마 속 '동백'은 세상의 편견과 팍팍한 삶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미혼모다. 어찌 보면 뻔하디뻔한 '캔디형' 여주인공인 그녀가 이 세상 수많은 동백들에게 선사한 건 동화 같은 판타지가 아닌 따뜻하고도 묵직한 위로. 케이블, 종편에 밀려 흥행 가뭄을 겪던 지상파 드라마에 최고 시청률 18.8%라는 기분 좋은 훈풍이 불어온 건,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을 당당하게 대변해주는 동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동백은 늘 당차고 솔직했다. '미혼모=나약하고 우울한 사람'이란 세상의 편견에 물든 사람들이 보란 듯이 말이다. 동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에 "남편은 없는데 아들은 있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동백의 자신감 넘치는 한 마디가 백 마디의 말보다 깊숙이 가슴에 박힌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당찬 미혼모, 동백의 모습을 모았다.
 

  • SCENE 01 웃음은 팔지 않는 술집 여사장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의 건물주이자 옹산의 차기 군수를 노리는 '슈퍼 갑' '노규태(오정세 분)'는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까멜리아에 들락날락하며 '땅콩 서비스'를 요구하는 진상 중의 진상이다. 동백이 땅콩을 서비스로 내온 어느 날, 노규태는 동백의 손목을 잡고 "이 술 마시면 내년까지 월세 동결!"이라고 외친다. 이에 동백은 노규태가 주는 술을 마시고 "이 안에 제 손목값과 웃음값은 없는 거예요"라며 "저는 술만 팔아요.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술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POINT 동백이 가게 사장임에도 그녀를 '사장님'이라 부르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술집을 운영하는 젊은 미혼모'를 얕잡아보는 손님들뿐. 갑에게도 굴하지 않고 사이다 일침을 날리는 동백의 대사는 통쾌한 기분마저 선사한다.

  • SCENE 02 이상형은 공유

    현실의 다이애나 비를 찾고 있던 순박한 시골 순경 '황용식(강하늘 분)'은 '옹산 다이애나' 동백을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한다. 그녀가 고아이든, 술집을 하든, 아들이 있든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저 진짜 그냥, 아주 그냥 무지막지하게 질투 많은 사람이니께 빨랑 와서 내 손 잡아줘요"라며 동백을 향한 촌티 나는 '고백' 폭격을 쏟아낼 뿐이다. 동백은 그런 용식이 부담스럽지만, 싫지만은 않다. "내 이상형은 공유"라고 밝히며 그를 밀어내면서도 서서히 그의 맹목적 애정 공세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POINT 소신 있고 당당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동백. 스스로를 '박복한 여자'라고 칭하며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용식의 진정성 있는 진심은 결국 '미혼모' 동백이 아닌, '여자' 동백의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

  • SCENE 03 결국은 엄마

    동백과 용식의 사랑이 두터워질수록 용식의 엄마, 곽덕순(고두심 분)의 마음은 삐뚤어진다. 절친처럼 지낸 동백이지만 자신의 아들이 미혼모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따뜻한 용식 씨가 좋다"고 고백하는 동백에게 "내 아들이 남의 자식 키우는 것도 싫고, 너 쫓아다니다가 다치는 것도 가슴이 미어진다"며 그녀를 다그친다. "미혼모는 술집 하면 안 되냐"며 평소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준 덕순도 결국은 '내 아들'이 먼저인 '엄마'였다.

    POINT "열심히 사는데도 자식한텐 매일 죄인"이라는 동백도, "내 속에는 온갖 못을 30년 때려 박아도 자식 속에는 못 하나 박히는 게 디지게 싫다"는 용식 엄마 덕순도, "몸 사릴 거 없는 인생, 자식 위해서 뭐든 하나는 한다"는 동백 엄마 '정숙(이정은 분)'도 모두 우리의 '엄마'다.

  • SCENE 04 데인저러스 히포

    야구 선수이자 필구의 친부인 '강종렬(김지석 분)'의 '찌라시'를 캐고 있던 기자들이 몰래 필구의 사진을 찍어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백.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카메라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애 건들지 마. 니네 진짜 다 죽어"라고 경고한다. 그동안 온순한 성품을 보여온 동백의 눈과 표정에서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을 정도. 동백은 곧바로 강종렬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뭔데 필구 인생을 건드려? 필구 네 자식이야. 짱구 굴리지 말고, 네 거 다 걸고 지켜"라며 독기를 뿜어냈다.

    POINT 아이를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가리지 않는 용감무쌍한 엄마, '하마 본성' 동백의 등장이다. 각성을 알린 동백은 이후 모자를 위협하는 이들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 SCENE 05 나를 잊지 말아요

    살면서 '내 편' 한 명 없던 '향미(손담비 분)'를 품어준 건 오직 동백이었다. 향미는 '까멜리아'의 알바생으로 여기저기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집도 없이 전전하며 살지만 남동생만큼은 떳떳한 유학생으로 살길 바라는 헌신적인 누나다. 향미는 유일하게 자신을 품어준 동백에게 "나 잊지 마. 엄마나 동생이나 나 제끼고 잘 사는데, 너 하나는 나 좀 기억해주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 간 것 같지"라며 애원한다. 동생을 위해 동백의 3,000만원까지 훔쳐 달아난 향미는 끝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향미에게 동백은 가족이자, 친구이자, 그녀의 삶을 기억해줄 유일한 '존재감'이었다.

    POINT 기댈 곳 하나 없는 자신의 처지에도 향미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준 동백. 받아본 적 없어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 뭔지 모른다는 그녀도 누군가에겐 따뜻한 '가족'이다.


"아이 아빠요? 전 혼자 키워요!"

'현실판 동백이' 대학생 김명지 씨(22세)

Q KBS2 <동백꽃 필 무렵>으로 미혼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했어요. 아이를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는 남자친구 대신 홀로 아이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죠.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했지만 소중한 아이를 결코 포기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혼자서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면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미혼모에게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이런 관심들이 더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미혼모가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아이 덕분에 많은 기회를 얻었어요. CJ나눔재단이 주최한 뮤지컬 <러브 송 쓰루(Love Song Through)>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하고, 지금은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학교도 다니고 있거든요. 어릴 땐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미혼모로서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다 보니 저 역시 미혼모들을 위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졌어요. 적금을 깨서 원서비를 마련했고, 어린아이를 두고 무슨 학교냐며 우려의 말도 들었지만 저는 지금 제 삶이 행복해요. 아이 아빠에게 양육을 강요하고 결혼에 집착했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Q 아이의 삶도 궁금해요.
아이를 백일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어요. 제가 나서지 않으면 수입원이 전혀 없다 보니 마냥 아이만 보며 지낼 수 없더라고요. 취업을 하기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고, 각종 기업과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솔직히 아이를 키우며 취업을 준비하고 학교를 다닌다는 게 벅찬 일이긴 해요. 한 날은 아이가 구내염에 걸려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었는데, 저도 실습 때문에 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어요. 급하게 신청한 아이돌봄서비스로 간신히 아이를 맡기긴 했지만 너무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에 힘든 하루였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고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부분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날은 아이도, 저도 참 힘들죠.

Q 예비 미혼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미래에 대해 지레 겁먹거나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강하잖아요. 지치는 날도 분명 있겠지만 아이를 위해선 뭐든 다 하게 되더라고요. 별것 아닌 제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요.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도전하는 미혼모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고요. 우리 모두 동백이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봐요. 화이팅!
 


미혼모 정책 TIP

1 출산 전후의 주거 문제가 고민이라면 미혼모 시설 입소를 추천한다. 미혼의 임신부와 출산 6개월 미만의 미혼모는 정부가 제공하는 미혼모 시설에 입소할 수 있다. 분만 혜택은 물론 숙식과 자립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2 아이와 함께 살 집이 걱정이라면 공공 임대주택을 알아보자. 일정 소득 요건을 충족한 한부모 가구의 경우 LH나 SH를 통해 저렴한 비용의 임대주택에 주거할 수 있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구의 경우 행복주택 입주도 가능하다.

3 아이 양육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아이돌봄 선생님의 도움이 유용하다. 전국 가구평균소득의 5~100% 이하인 한부모 가구라면 아이돌봄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본인 부담금은 시간당 1,000원대이며, 양육을 희망하는 때에 탄력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공감 100% 미혼모 영화 BEST 3

  • <굿바이 싱글>

    '가짜 임신 스캔들'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는 여배우 '주연'의 휴먼 코미디. 내 배로 낳진 않았지만 여중생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엄마가 되는 과정이 공감을 자아낸다. 웃다가 울게 만드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김혜수, 마동석의 의외의 케미가 인상적이다.

  • <러브, 어게인>

    남편과 별거 후 두 딸과 함께 LA에 거주하며 홀로 서려는 '앨리스(리즈 위더스푼 분)'가 갈 곳 없는 세 남자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싱글맘으로서 고군분투하는 현실과 세 남자 사이에서 벌이는 짜릿한 애정 전선이 관전 포인트다.

  • <미쓰 마마>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인 미혼모 세 명을 중심으로 아이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발칙하고 대담한 대화가 적나라하지만 묘하게 공감된다. 편견에 굴하지 않는 '멋진 여자들'에 주목! 

[출처] 우먼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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