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사랑이 시작되던 날 / 김민정, 화가

태양이 깊은 겨울에

꽃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꽃으로 내리는 하얀 눈 속에서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행복한 나비 꿈을 꾸고 있어

 

달빛 창가에서

꿈을 그려보는 삶의 노래는

마른나무에 꽃으로 피어나고

깨어있는 시간조차도

당신이 내 꿈의 일부였음을

 

얼어붙은 세계의 아름다움은

하얀 캔버스에 빛으로 채워지고

 

우리가 함께 였을 때

새들의 합창소리로 물들어간다.

 

-두요 김민정, <눈꽃사랑>

나의 욕망이 얼음을 녹였을 때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2019년의 문을 연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니. 이 저물어가는 계절이 한없이 낯설고 어색하다. 마치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그렇게 12월은 어김없이 내 곁에 다가와 낮은 음성으로 읊조리는 듯하다. 다시, 새로움을 향해 달려가라고.

이처럼 일상은 매일, 매 순간 아쉬움을 남기며 사소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나에게는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의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와 같이 일상의 혹은 삶의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물론 그동안 낭만을 그리고 바라 온 것이 사실이지만, 꼭 낭만이 숨 쉬지 않아도 좋았다. 내가 원한 것은 단 한 가지. 어떠한 새로움을 향한 변신(變身)’이면 그만이었다.

카프카가 진정한 예술에 대해 사람들의 얼어붙은 내면의 얼음을 깨는 도끼 같은 것이라고 했듯이, 나는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얼음을 서서히 깨고 있었다. 그 얼음은 차고 단단했지만, 그것을 깨는 나의 도끼질은 역설적으로 뜨겁고 부드러웠다. 나의 아름다운 욕망이 마침내 내면에 잠재된 얼음을 녹였을 때, 그리움으로 가는 길에는 행복이 물들고 사랑이 깃든 꽃이 피어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 행복한 동화

나는 새로움을 향한 변신을 통해 비로소 꽃이 되고 별이 되었다. 어느 날 마음속에 바람이 불어오자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날의 선명한 기억으로부터 다시 태어나고 거듭난 것이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데미안이 이미 존재했던 세계였지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옴으로써 새로운 세상의 눈부신 햇살을 받아들이고 외연의 넓은 세계를 통찰하게 된 것처럼, 이제야 알을 깨고 나오면서 마주한 나의 변신은 삶의 아름다운 사랑이자 행복한 동화가 되었다.

 

 

월간에세이 에세이 수필 화가 그림이 있는 에세이 김민정 사랑이 시작되던 날 카프카 변신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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