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감동을 주는 연극, 감동을 주는 정치 / 오신환, 국회의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국회의원.’ 이는 인생의 새로운 향로(向路)인 국회의원으로서의 길을 걷고 난 뒤 줄곧 나를 수식해온 말이다. 어쩌면 그동안 정치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예술계 사람들이 드물었던 터라 그만큼 내 이력에 희소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대학시절에 나는 연극을 했다. 아마추어 연극을 통해 조금씩 사회를 배워나갔고,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 내가 만든 연극을 관람했던 관객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들의 삶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어떨지 늘 생각했던 것이다. 연극을 할 때에는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내면의 과정을 현실에 가장 잘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정치(政治)를 떠올리게 되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을 감동시키는 연극과 정치는 의미적으로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중 앞에 서서, 특히 나를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까지도 끌어안으며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즉 마음을 움직여 변화로 이끄는 것은 연극과 정치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지난 2006년 어느 날, 우연히 나는 서울시 의원에 출마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감사하게도 ‘2006년 최연소 서울시 시의원 당선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호기롭게 들어온 정치의 세계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고, 10여 년의 정치 생활 중 다섯 번의 출마와 두 번의 실패로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실패로 인한 나 자신의 상처보다도 가족의 아픔을 목도했을 때 심적으로 더 괴로움을 느꼈다.

가족은 내가 힘들 때면 늘 곁에서 위로를 건네며 큰 힘이 되어준 소중한 존재이다.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시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단단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정치를 시작했던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아들과 일상의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굴뚝같지만, 진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서툴기만 했던 무뚝뚝한 아빠의 모습. 이런 나의 모습은 서로의 관계를 조금은 불편하게 만들었고, 어쩐지 아이들이 나를 어렵게만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실패에서 분명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올바른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기는 선거를 통해 내가 그동안 구상해왔고, 현재 품고 있는 올바른 정치의 크고 작은 그림들을 명료하게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문득 브라질의 룰라(Lula da Silva)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정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해야 한다.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

나는 순간순간 이 말을 가슴 한구석에 깊이 새기며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있다.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동창들로는 배우 송강호, 장동건, 이선균, 진경 등 여러 친구들이 있지만, 지금은 졸업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연락이 끊긴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들 모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열심히 전력 질주를 해왔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욱 감회가 새롭고 반가울 것 같다.

오늘처럼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창시절의 장면들이 흑백 필름의 사진들처럼 아련히 다가온다. 서로 술 한 잔 기울이며 청춘의 이야기를 나누고 낭만을 노래했던 그때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그 인생의 귀한 순간들이 오늘밤 별빛과 함께 쏟아진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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