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산부의 ‘고통’은 정상인가요?

 

아내는 입덧이 심했다. 먹덧(속이 비면 입덧), 토덧(음식을 먹거나 냄새를 맡으면 입덧), 양치덧(양치만 해도 입덧)까지, 온종일 구역질을 했다. 최악은 침덧이었다. 자신의 침을 삼키지 못해 침대 옆에 휴지를 쌓아놓고 계속 침을 뱉었다. 무려 임신 4주차부터 20주차까지 넉 달 동안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아내는 자신이 “암환자 같다”고 했다.

치료법은 없었다. 입덧약이 있었지만 구역질을 약간 완화해줄 뿐이었다. 부작용으로 졸음과 무기력이 몰려왔다. 아내는 자신보다 입덧이 심한 사람이 꽤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현대의학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점엔 황당해했다. 입덧약이 건강보험 비급여라는 말엔 배신감을 느꼈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고 아내는 말했다. “남자가 임신을 했어봐, 이걸 이렇게 뒀겠어?”

임신부의 고통은 왜 ‘정상’으로 취급되는가.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휴머니스트 펴냄)는 그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가 임신·출산을 하며 자신이 겪었던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과학적 원인을 찾아간 여정이기도 하다. 우 기자도 내 아내와 마찬가지로 임신부의 고통에 둔감한 세상에 경악했다. 임신 초기 꼬리뼈에 극심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아도 의사는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출산 뒤 극심한 가려움증을 겪었지만,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고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신 관련 책은 대부분 태아의 성장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룬다. 임신 부작용 정보는 쉽게 찾기 어렵다. 많은 임신부가 병원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끊임없이 인터넷을 검색한다. 최신 연구 결과는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다. 과학의 사각지대를 발견한 저자가 이 책을 쓴 건 어찌 보면 필연이다. 저자는 “임신을 하겠다는 결심이 완전히 주체적인 선택이 되려면 여러 임신 부작용을 포함해 더 많은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저자는 과학기자답게 여러 논문과 통계 자료를 인용했다. 책에서 인용한 논문만 100편이 넘는다. 전문가 인터뷰와 임산부들의 경험담이 촘촘히 그사이를 메웠다. 하지만 어려운 과학책은 아니다. 자전적 에세이에 가깝다. 임신했을 때 체중이 급격히 늘고 잠이 쏟아지는 이유는 뭔지, 성욕은 왜 커지는지,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지 등 자신이 궁금한 점을 탐구했다.

임산부를 공공재로 여기는 ‘시선’에 대한 비판도 있다. 지하철에서 만난 노인, 직장의 남자 선배가 자신의 배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때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건 아기가 아니라 내 몸”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그러나 입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답답함이 담겨 있다. 노인과 남자 선배의 시선은 왜 임산부를 위한 의학이 발달하기 어려운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임신을 준비하는 이들이나 임신 중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로 모욕·수치·외로움·절망을 느끼는 이들, 임산부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독박육아’ 속에서도 “아이를 재워두고 노트북 앞에서 자주 밤을 새워” 이 책을 완성한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출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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