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음악, 나눔의 선물 /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일까? 일 년에 열 달 내지 열한 달을 세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예술적(직업적?) 여정을 떠나는 동안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음악은 내 삶의 중심이자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지만, 인간 삶의 다른 모든 목표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이기적인욕구와 의지로만 간주된다면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음악의 목적을 향상시키고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것은 나눔이다.

나눔이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 사이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통합하고 포용하는 단어로, 여기서 지휘자는 해석과정에 기반을 둔 공동의 예술 창작 과정을 조직하고 이끌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초청된 사람이다. 실험실에서 리허설을 하는 동안 우리는 천재에 의해 창작되었고 현재 우리가 연구 중인 텍스트에 가능한 한 가장 근접할 수 있으면서 모두가 제1의 기본적이며 반박할 수 없는 규칙으로 존중해야 하는 길, 우리의 방식을 찾기 위해 우리의 모든 생각, 경험, 지식, 그리고 기량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일까? ‘나눔이라는 독특하고 강렬하며 심오한 순간에 참여하려고 일상생활을 멈추고, 각자의 삶을 특징짓는 문제와 이슈, 그리고 걱정거리를 공연장 밖으로 내보내고자 시도하며 가장 다양한 배경과 수준으로 구성된 모임에 함께하려고 하는 정확하고 의욕적인 선택을 결심한 모든 이들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은 관객이고 일반 대중으로, 이 물리적 실체는 우리 음악가들을 위한 정신적 실체인 만큼 광의(廣義)로 보면 공연 중에 우리가 해석적이고 예술적인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상이다.

우리는 작곡가의 독창적인 노력과 그 작품에 표현된 모든 느낌, 감정,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며 스스로 만들려고 하는 관객의 의지 사이에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관객들이 공연에 참석하고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와 상관없이 우리가 흥미로운 책을 읽거나 연극을 관람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외부에 기대하고 있는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모든 문제에 관한 질문을 찾고 있다. 인간의 만성적인 상태인 일종의 불확실성과 혼돈, 혼란에 대한 어떤 위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만들고 나누는 행위에 있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 그 혼란속에 일말의 빛을 가져오려는 시도이다. 그렇다면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 브루크너, 말러의 음악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모든 가능한 분류에서 벗어나 시대를 초월한 비전을 지닌 모차르트도 항상 우리에게 더 이상 세속적이 아닌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일종의 위안을 주는 데 성공한다. 그의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한 뒤에 우리를 엄습하는 평온한 가벼움과 수용 감각을 다른 어떤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서의 첫해는 예술적이고 직업적인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서도 그러한 심오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나를 풍요롭게 해주었다. 우리가 이룬 직업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는 어떻게든 우리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나는 그들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우리의 방식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이해시켜줄 수 있는 기회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관객들과도 함께하고 있음을 굳게 느끼며 믿고 있다. 가장 정직하고 진지하며 깊이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팬과 친구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 말고도 가능한 한 모든 현대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우리가 받았던 평들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공연 후 사인회를 하는 동안 그들 중 많은 사람들과 직접 나누는 대화는 항상 엄청난 기쁨과 놀라움의 원천이 된다. 그들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많은 사랑과 존경을 표하고, 그 두 시간 남짓 우리가 준 순수한 행복에 감사해하는 그들의 방식은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찬사이다. 이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나 자신이 그동안 올바른 길을 향해 걸어왔고, 우리 스스로를 계속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결의에 대한 확인인 것이다.

몇 달 전, 관객들은 우리에게 그들의 사랑과 감사를 담은 가장 놀라운 신호를 보내주었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했던 앙코르 말미였는데, 바로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Die Meistersinger von Nrnberg> 3악장 전주의 마지막 음이 울려 퍼졌을 때, 만석이었던 공연장은 완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나의 영적인 실체로 에워싸인 그 황홀한 순간에 모든 이들이 다시, 천천히 땅으로 내려올 수 있기를 기다리는 가장 믿을 수 없고 끝도 없으며 깊은 종교적 침묵을. 그 나눔의 선물을.

번역: 김신영 편집장

사진 제공: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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