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내 인생은 꽃밭(My life is Flower Garden) / 정현성, 화가

몇 해 전 우연히 꽃을 다루는 시간이 있었다. 이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꽃들과 그 향기가 가득 메워진 공간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꽃들이 내 손안에서 한층 더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있는 불안과 무지로 인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여러 조각으로 흩어졌던 감정들이 하나씩 모여 차분하게, 온전한 나만의 것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불현듯 힐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이 말을 유치하고 거짓된 의미의 추상적인 단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단어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 이름 모를 따뜻한 감정이 가득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이 점점 차오를수록 나 자신이 오래전부터 지쳐있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나의 다발로 완성된 꽃과 식물의 조합은 마치 편안한 휴식과 닮아있다.

각각의 형태와 색감, 계산된 길이 그리고 어디에 놓을 것인지 장소를 조율하는 것은 마치 내면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유사하다. 전체의 조화를 위해, 가장자리에 위치한 잎사귀들은 중간에 있는 화려한 꽃이 더욱 돋보이도록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면서 마치 타고난 나의 장점이 눈에 띌 수 있게, 충분히 치유되어 내면의 안정을 찾은 내 모습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된 상태의 내가 되었을 때의 이 시간을 진정한 휴식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품 안에서 떨어지지 않게, 힘주어 억지로 안고 있는 꽃다발이 아닌 온몸의 힘을 빼고 마음 편히 기대어 누울 수 있는 아늑하고 포근한 나만의 꽃밭.

마음 깊이 상처받았던 차가운 감정이 점점 옅어져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꿈꾼다. 불안과 긴장감, 초조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라 생각한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에 둘러싸인 독자들에게 내가 꽃들을 바라본 순간 느꼈던 그 진정한 휴식을 그림으로 선물하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의 감정을 동물로 구현하는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왔다. 앞으로는 다양한 감정을 동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식물을 더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의 폭을 좀 더 넓혀보려고 한다. 지쳐서 차가워진 감정이 서서히 사라져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마음 편히 기대어 누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발견했을 때의 그 순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싶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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