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콩국수

 

강옥란 제공
날 더워지면 생각나는 맛이 있어요. 냉면이오? 아니에요.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밭일하고 오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요. 몸이 축 처지고 갈증이 날 때 이 콩국수만 한 게 없어요. 그 진하고 고소한 맛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오래 끓인 사골 국물로 추위를 잊는다면, 뽀얀 콩국수로 더위를 견뎌내요.

여름에 주로 먹는 콩국수는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일단 콩을 4~6시간 동안 불려요. 서리태, 메주콩으로 해먹을 수 있는데 주로 메주콩으로 합니다. 메주콩은 흰콩이라고도 하는데 메주를 쑤는 데 쓰는 거예요. 이때 쓰는 콩은 제가 키운 거예요. 지난해 가을에 거둔 콩이죠.

불린 메주콩을 삶아요. 이게 중요해요. 콩이 잠기게 물을 붓고 뚜껑을 닫고 삶아요. 열면 비린내가 나거든요. 콩나물 삶는 거랑 비슷해요. 콩이 익을 때까지 10~15분 정도 삶아요. 덜 익은 콩을 먹으면 비려요. 잘 익은 콩은 비린내가 안 나고 고소해요. 그렇게 삶은 콩을 믹서기로 갑니다. 예전에는 맷돌에 갈았어요. 요즘도 맷돌에 갈아 먹을 때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힘도 들고 시간이 더 걸리니 자주 하진 못해요. 그런데 믹서기보다 맷돌에 갈아 먹으면 더 진하고 고소해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야 나오는 옛맛이 있는 것 같아요.

콩을 갈 때는 콩 삶은 물을 콩과 비슷한 비율로 넣어요. 다 갈리면, 체나 면자루에 걸러주세요. 안 거르면 너무 걸쭉해져요. 이렇게 거르면 콩물이 맑아요. 걸쭉한 걸 좋아하는 분은 안 거르고 먹어도 됩니다. 그리고 밑으로 빠져나온 콩물을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그래야 시원하게 드실 수 있어요. 콩물을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어요. 우유나 두유보다 더 고소해요. 저도 어릴 때 이 뽀얀 콩물을 마셨어요. 콩을 안 좋아해도 이건 잘 마셨어요. 시원하기도 하고 속이 든든했어요. 먹으면 기운이 났어요. 보약 한 사발을 마시는 것 같았죠.

콩물에 삶은 국수를 넣어요. 거기에 오이를 썰어 고명으로 올리고 깨를 뿌립니다. 오이를 넣으면 아삭아삭하고 보는 맛도 좋아요. 흰색도 있고 초록색도 있으니 보기에도 시원하잖아요. 더욱 차갑게 먹고 싶으면 얼음을 곁들이면 되고요. 소면 대신 칼국수면으로 해도 맛있어요.

어릴 적 집에서 밀을 재배하던 때는 칼국수면으로 콩국수를 해먹었어요. 어머니가 반죽해 만든 칼국수면으로 콩국수를 만드는 걸 어깨너머로 봤어요. 이젠 제가 가족에게 칼국수면으로 콩국수를 해주고 있네요. 칼국수면으로 하면 쫄깃쫄깃한 식감도 느낄 수 있어요. 그 식감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해요.

콩국수는 영양가도 좋아요. 콩국수에 들어가는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하잖아요.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이만한 보양식이 없었어요. 예전에는 많이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 음식이기도 했어요. ‘콩국수 잔치’가 열렸죠. 집집마다 돌아가며 만들었어요. 여럿이 같이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그렇게 콩국수를 먹으며 여름 한철을 났네요.

콩국수 간은 소금으로 해요. 다른 지역에 가니 설탕만 나오더라고요.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설탕으로 간하세요.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좋아요. 더위로 달아난 입맛도 돌아올 겁니다. 올여름, 콩국수 한 그릇 드셔보세요.


강옥란 1956년생 주부 

[출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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