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 로드스터

BMW 신형 Z4를 만나며 잠시 잊고 있던 2인승 로드스터에 대한 꿈이 되살아났다

1세대 Z4를 처음 만난 때가 2002년이니 벌써 17년이 지났나. 나이가 드는 것은 차도 사람도 마찬가지. 어쩌면 Z4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같은 차가 아닐까. 잠시 잊고 있던 2인승 로드스터의 꿈을 되살아나게 해주니 말이다. 스타일이 다시 소프트톱으로 돌아온 것도 반갑다. 2009년 2세대 Z4는 쿠페와 컨버터블을 하나로 구현한다는 목표로 하드톱을 채용했다. 나쁘진 않았으나 특유의 감성은 약화되었다. 로드스터는 결국 소프트톱이 진리라는 것을 확인한 시간, 이는 비단 Z4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변화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신형 Z4를 디자인 한 외장 디자이너 캘빈 루크(Calvin luk)에 따르면 Z4는 1930년대 328 밀레밀리아 레이싱카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고 Z4가 레트로한 감성으로 복귀한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 보닛의 길이가 짧아진 데서 알 수 있듯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한 인상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324×1864×1304mm이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 85mm, 너비 74mm, 높이 13mm 커졌다. 앞뒤 트레드 역시 각각 98mm, 57mm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차체는 커졌지만 휠베이스는 26mm 줄어든 2470mm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운전석 위치를 조금 앞쪽으로 당기면서 운전석이 무게중심 가운데로 오게 배치했다. 구조적인 비율이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긴 보닛 탓에 살짝 뒤에 앉는 자세가 되었다. 보기에 좋았을지 몰라도 주행 역동성도 그런 건 아니었다. 3세대 Z4는 그런 반응을 참고해 실제적인 운전자 중심의 차로 거듭났다.

 

19인치 휠은 접지력이 좋다
19인치 휠은 접지력이 좋다

첫인상은 성숙해 보인다는 것. 근육질이지만 과하지 않고 매끈한 느낌이다. 낮고 넓은 차체에 어울리게 디자인한 키드니 그릴도 모처럼 근사하다. 도어를 열고 낮게 앉는 자세는 불편하지 않다. 실내는 익숙함 70, 새로움 30이다. 마치 게임기 같은, 새로운 디지털 계기판은 신선하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스피도미터와 타코미터가 꼭 원형일 필요는 없지만 시각적으로 읽히지 않는다면 문제일 것이다. 익숙해지면 달라질까. 아니면 3세대가 소프트톱으로 돌아온 것처럼 다음 세대에서 원형 계기로 돌아올까. 모르는 일이다.

 

디지털 계기는 새로운 방식이다
디지털 계기는 새로운 방식이다

시승차로 나온 신형 Z4는 sDrive 20i M 패키지로 직렬 4기통 2.0L 197마력 엔진을 얹었다. 최대토크는 32.6kg·m.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6초다. 직렬 6기통 3.0L 387마력 엔진을 얹은 M40i는 7월 이후에 들어온다. 인상적인 것은 50.9kg·m에 이르는 최대토크. 이를 바탕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4.5초 만에 끝낸다. 성능 차이가 뚜렷해 M40i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2천500만 원 남짓 비싼 가격 차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Z4 sDrive20i M 스포츠 라인은 6520만 원, sDrive20i M 스포츠 패키지 6710만 원이고 M40i는 9070만 원이다.

 

2.0L 197마력 엔진은 0→시속 100km 가속 6.6초를 낸다
2.0L 197마력 엔진은 0→시속 100km 가속 6.6초를 낸다

옵션 패키지를 보면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풀 LED 헤드라이트로 구성된 이노베이션 패키지가 180만 원이다. 그리고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M 스포츠 브레이크와 M 시트 벨트로 구성된 ‘퍼포먼스 패키지’(100만 원)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M 스포츠 패키지와 M40i 모델은 특별한 프로즌 그레이 외장 컬러(230만 원)를 선택할 수 있다.

 

BMW 로드스터에 처음 적용된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
BMW 로드스터에 처음 적용된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

현실적으로 뉴 Z4에 다가서려면 M40i는 머릿속에서 빨리 지우는 게 낫겠다. 아무튼 지금은 20i에 집중할 시간.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이번에 처음 적용되었다. 가죽 질감이 부드럽고 몸을 잘 잡아준다.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기본적으로 운전하기 좋은 자세다. 운전자 쪽으로 기울인 센터페시아의 계기와 기어레버 위치도 좋다. i-드라이브 컨트롤러 역시 다루기 쉬워졌다. 깔끔하고 스포티하며 과하지 않은 구성이 마음에 든다. 다만 컵홀더는 센터 콘솔 안에 숨겨져 있다. 사용하려면 두 개로 나뉜 덮개 중 오른쪽을 개방해야 한다. 이 또한 운전자 중심인데, 성격에 따라 거슬릴 수 있겠다.

 

실내는 한층 운전자 중심으로 다듬어졌다
실내는 한층 운전자 중심으로 다듬어졌다

가속은 부드럽고 탄탄하게 이어진다.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구간은 1450-4200rpm. 초기 가속은 빠르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생각보다 빠르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그렇게 수월한건 아니다. 집중력을 높이고 액셀러레이터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 스포트 모드에서 사운드는 제법 스포티해진다. 승차감은 일반적인 도로에선 매끈하지만 거친 노면에서는 조금 통통 튄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5링크 구성으로 BMW 로드스터에서는 첫 조합이다. 승차감보단 밸런스를 위한 세팅으로 보인다. 물론 밸런스가 좋으면 승차감도 따라간다. 최고출력은 4500-6500rpm에서 나온다. 고속 주행은 자동 8단 기어와 맞물려 편안하게 이어진다. 반응이 즉각적이거나 폭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힘이 필요할 때는 충분히 부응한다. 응당 그만한 노력이 따라야 하지만. 패들 시프트는 길이가 조금 짧은 감이 있다.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로 사용하는 재미가 괜찮다. 소프트톱은 아늑하고 외부 소음을 비교적 잘 막아준다.

 

실내는 한층 운전자 중심으로 다듬어졌다
실내는 한층 운전자 중심으로 다듬어졌다

신형 Z4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처음 도로에 나섰을 때 느낌은 역시 핸들링이 좋다는 것. 앞 엔진, 뒷바퀴굴림, 2인승 로드스터의 전통적 DNA는 역시 세단과 결을 달리 한다. 3세대 Z4는 동력성능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확실히 향상되었다. 어느 때보다 균형 감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차체를 다이내믹하게 다룰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두툼하게 잡히는 스티어링 휠의 그립이 손을 거쳐 마음에 착 감겼다. 핸들링도 빼어나지만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반응성에 끌린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할 때 차선유지 기능이 빠져있는 게 아쉽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순간이 그만큼 즐겁기 때문이다.

 

3세대 Z4는 운전석 위치가 앞쪽으로 당겨져 무게중심 가운데 온다
3세대 Z4는 운전석 위치가 앞쪽으로 당겨져 무게중심 가운데 온다

속도계와 회전계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의존하고 있으면, 편리하기는 한데 무언가 평범해지는 기분도 든다. 스포트 모드로 기분 전환을 해보지만 그 차이가 엄청난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소프트톱을 열어야 한다. 루프는 시속 50km 이하에서 열 수 있으므로 신호등에 멈춰서 출발할 때 가뿐하게 열 수 있다. 버튼 하나로 소프트톱은 바람에 날려가듯 순식간에 사라진다.(개폐 시간은 10초 이내다) 모처럼의 오픈 에어링, 푸른 햇살이 쏟아지고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고조시킨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Z4는 장거리 달리기에도 어울리는 GT의 성격도 보여준다. 속도에 따라 창을 올리면 윈드 디플렉터와 더불어 차안으로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다. 고속으로 달려도 머리카락 윗부분만 살랑거릴 뿐이다.

 

새로 발견한 재미있는 기능 하나는 후진 어시스턴트다. 낯선 골목길을 가다 길을 잘못 들어서는 일이 있었다. 기어를 후진으로 넣으니 모니터에 후진 보조 메뉴가 나타났다. i-드라이브 콘트롤러를 움직여 이를 클릭하기만 하면 왔던 길을 자동으로 후진해 나간다. 50m 거리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나가니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신형 Z4는 7세대 3시리즈의 바탕이 된 CLAR 플랫폼을 공유한다. 강철과 알루미늄 복합 구조의 새 플랫폼은 최신 5시리즈와 7시리즈, X3, X4, X5의 바탕이 된다. Z4는 특히 도어 실을 두껍게 만들어 비틀림 강성을 30% 더 높였다. 시승하면서 안정감이 돋보였던 이유다. 신형 Z4가 실용적인 로드스터인 또 하나의 이유는 넓은 트렁크 공간이다. 소프트톱을 열거나 닫거나 상관없이 트렁크용량은 281L에 이른다. 이전 세대에서는 탑을 열었을 때 180L였다.

 

트렁크 용량이 상당히 커졌다. 스키스루 구멍도 있다
트렁크 용량이 상당히 커졌다. 스키스루 구멍도 있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것처럼 Z4는 토요타 수프라와 공동개발 했다. 17년의 공백을 깨고 새로 등장하는 수프라와 형제차라니 놀랍다. 자동차업계에는 때때로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지만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 또한 실용적인 이유가 배경이다.


초대 Z4가 젊은층을 겨냥한 로드스터였다면 3세대 Z4는 중년층에도 어울리는 로드스터로 변모한 모습이다. 더불어 세월을 먹어가는, 그러면서도 손에 잡히는 이런 변화가 반갑다. 그저 멋내기가 아닌 실용적인 로드스터로서의 가치를 드높였다. 일상적인 쓰임새도 그러하거니와 장거리도 쾌적하게 달릴 수 있으니 끌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와 거리가 멀어진 차라면 괘념치 않으면 되는데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점이 그렇다. 또 하나 문제는 M40i가 무척 궁금하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빨리 머릿속에서 지워야 하는데 말이다. 그저 핑계를 위한 장치가 될까. 글쎄, 모르는 일이다. 바람이 분다. 

 

 

 

<BMW New Z4 sDrive20i M 스포츠 패키지>

가격 671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324×1864×1304mm     
휠베이스 2470mm                                
엔진 직렬 4기통 터보 1998cc 가솔린       
최고출력 197마력/4500-6500rpm        
최대토크 35.7kg·m/1450-4200rpm       
변속기 자동 8단          
최고시속 240km
0→시속 100km 가속 6.6초
연비(복합) na
CO₂배출량 139-137g/km  
서스펜션(앞/뒤) 스트럿/5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255/35 ZR19 / 275/35 ZR19

[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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