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人터뷰] 서로에게 ‘유일한’ / 음악 감독 김문정


 

 

음악이 공간이 되고 공간이 음악이 되는 뮤지컬. 이 공간의 미학을 만들어가는음악 감독 김문정은 한국 뮤지컬의 발자취이며 공명(共鳴)이다. 그녀는 뮤지컬과 인연을 맺고 20년 동안 <명성황후><영웅><서편제><내 마음의 풍금><미스 사이공> <맨 오브 라만차><모차르트><레베카><맘마미아><레미제라블><엘리자벳><팬텀><웃는 남자><도리안 그레이><모래시계> 등 수많은 작품에서 음악 감독, 뮤직 슈퍼바이저, 작곡가로 활약해왔다. 몇 년 전에는 JTBC <팬텀싱어>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뮤지컬의 지형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시간의 무늬에는 늘 음악과 사람이 있었다. 음악 인생을 빛내줄 소중한 인연의 조각들이.

67~8, 첫 단독 콘서트 의 무대 위에서 그 인연의 조각보가 펼쳐진다. 그간 작업해온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특별한 음악적 소통은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다. 지난 5, 콘서트 연습에 한창이던 그녀를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만나보았다.

그동안 뮤지컬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해왔어요. 뮤지컬에서 작곡가는 디자이너, 슈퍼바이저는 설계자, 음악 감독은 현장 감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역할들을 맡으면서 많은 인연을 만났죠. 그리고 언젠가 꼭 그들과 한 무대에서 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케스트라와 앙상블까지, 무대의 소중함을 느낀 모든 이들이 무대 위 주인공이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로 붙였죠. 감사하고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고 두렵기도 해요.”

무대 위 모든 소리들이 이야기가 되고, 모든 연주자와 배우가 주연이 되는 무대, 바로 에 담긴 주제이다. 이처럼 뜻깊은 자리를 구상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THE P.I.T가 생기면서부터이다. 그녀를 주축으로 결성된 45인조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M.C가 무게중심이 되고,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설립된 것이다. THE P.I.T의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는 모두 음악이다.

단원들은 20년간 함께한 친구들을 비롯해 모두 최소 몇 년부터 10년 이상 된 분들이에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청춘을 뜨겁게 달려온 우리들의 마지막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연주자로서 자랑스러웠다고 자식들에게 꼭 말해주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그래서 연주자 위주의 단체를 만들었어요. 클래식과 팝으로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려고요. 이것이 효시가 되면 다른 누군가가 이어서 하지 않을까요?”

한때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적금을 깨서 어렵게 마련해주신 피아노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즐거운 상상의 놀이터였다. 모든 관계의 장()이 되어준 음악은 어떤 목적과 목표에 함몰되지 않고 일상의 자연스러운 놀이가 되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뒤 가수 최백호의 세션을 시작으로 방송 및 광고 음악을 해오던 중 그녀는 뮤지컬과 조우하게 된다. 규격화되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다양성, 특유의 웅장함을 지닌 이 매력적인 음악은 새로운 자극이 될 극적인 체험이었다.

“1992<코러스 라인> 건반 연주자로 뮤지컬에 입문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몇 년간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1997년에 <명성황후>로 뮤지컬과 재회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지휘, 노래, 국악 레슨을 받았고, 2001년에는 <둘리>의 음악 감독으로 데뷔했죠. 당시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힘들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어요.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다양한 음악을 접해서인지 음악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었는데, 그 점이 저만의 차별성이 된 것 같아요.”

감사(感謝). 인터뷰 도중 그녀는 거듭 이 말의 무게를 전하며 이제는 은혜를 갚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감사할 일이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빚을 졌다는 뜻이라면서 이 글자를 앞으로의 이정표로 삼았다. 모든 순간, 모든 무대가 마음가짐의 표지(標識)가 된 것이다.

재연이라도 첫 공연은 늘 떨려요. 우리는 284번째 공연이지만, 오늘 처음 본 관객들도 계시잖아요. 공연에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즐비해요. 배우가 다치기도, 노래 사인이 잘못 들어가는 사고도 나니까요. 한번은 깜깜한 피트에서 불 하나로 의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려서 암흑 그 자체였어요. 모두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 아찔한 순간들이죠.”

그녀의 자리는 누구보다 무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소위 VVIP. 그 좁지만 넓은 세계,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배우라는 텍스트를 가장 명확하게 읽어내고 있는 그녀는 언제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어디에서 숨을 쉬는지 동선을 따라가며 함께 호흡하고 있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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