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스토리] 소통의 황금열쇠 / 류오동, 인형작가


 

인형만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고, 문화적 배경이나 수준과 상관없이 소통 가능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재가 있을까? 내가 인형을 작품 활동의 주제로 정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단단해진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인형만 한 매개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상 인형의 등장은 주술적인 목적이나 제사를 위한 용도였으나, 점차 놀이도구와 장식품, 그리고 예술작품으로 발전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 목적의 인형들, 심리치료용, 교육용 등으로도 인형의 용도는 확산되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일생 동안 인형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머리맡에 봉제용 동물 인형을 함께 둔다든지, 어린이의 침대를 보면 인형이 적어도 하나쯤은 놓여있다. 청소년 시기에도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책장에 얹어 두기도 하고, 가방에 걸기도 하고, 하다못해 열쇠고리로 들고 다니기도 한다. 성인이라고 인형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성인들은 직접 만들기도 하고 인테리어용으로 집안을 장식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노인들에게 인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정서적인 교감을 할 대상이 필요한데, 인형이 아주 적합하다. 애완동물도 좋은 애착 대상이긴 하지만, 식사 및 건강관리에 신경 써줘야 하고, 외출하거나 여행을 갈 때는 동행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인형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여행을 할 때도 가져갈 수 있으며, 집에 두고 가더라도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인형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인형을 바라보면서 작고 귀여운 것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느끼고,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으로 돌아간다. 사람들 간의 소통에서 오는 답답함도 없고, 자신을 공격할 어떤 의지도 없는 인형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인형 수집을 취미로 하는 인형 애호가들은 훌륭한 인형 예술작품들을 엄청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입양해가기도 한다. 인형 애호가들이 인형을 사들이는 것을 구입한다 구매한다고 하지 않고 입양한다고 말하는 것은 인형을 단순한 상품으로 보지 않고 사람과 같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 속에 인형을 담기도 했다. 인형 자체를 그렸다기보다 주로 어린아이의 초상화를 그릴 때, 그 아이가 애정을 하는 인형을 함께 그림 속에 담는 것이다. 17세기 경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화가들은 장르화(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림에 담은 풍속화)를 많이 그렸는데, 아이들이 노는 모습에 인형이 많이 등장한다. 어린아이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평화롭고 행복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인형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어린아이들을 소재로 그린 장르 화가로 대표적인 인물이 헝가리의 구스타브 이글러(Gustav Igler, 1842~1938)와 오스트리아의 에드먼드 아들러(Edmund Adler, 1876~1965)이다. 그들의 그림 속에 나타난 인형들과 소꿉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때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명화들은 치열한 경쟁과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 추억을 소환시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요즘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고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인형 만들기 체험 활동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경험하고, 인형을 돌보는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힘을 기른다면 사회가 조금씩 밝아지지 않을까? 디지털 기술만큼 정확하고 세련된 콘텐츠는 아니지만, 한 땀 한 땀 삐뚤고 서툰 바느질로 기워서 만든 인형으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포근해지고 따뜻해지면 좋겠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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