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정보부터 정치, 역사까지 | 지도 한 장으로 세계를 읽다

지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글이나 말처럼 어떤 주장을 펼치지 않으니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과연 지도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일까?

침묵하고 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지도.

눈으로 듣는 지도 이야기,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리_유레카편집부

 

*본문은 <유레카> 2019년 2월호의 '키워드 리포트'를 부분 발췌한 내용입니다.

 

 

“지금 당장 세계지도를 그려보세요! 종이와 펜이 없다면 최대한 자세히 머릿속에 떠올려 보아도 좋습니다.”

세계지도를 그리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동그란 지구본 모형을 그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로가 긴 종이 위에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와 극지방을 그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둥근 원 모양인 지구의 표면을 평평한 사각형 안에 ‘왜곡 없이’ 그려넣기란 불가능하다. 

 

특집을 읽기에 앞서, ‘크고 거대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비해 ‘아프리카 대륙’을 작게 그려 넣진 않았는지 살펴보자. 사실 아프리카는 아시아 다음으로 큰 대륙이다. 유럽보다 여섯 배나 크고, 광대한 미국 대륙도 아프리카에 있는 사하라 사막 정도에 불과하다. 

또 하나 생각해보자. 혹시 북극을 지도의 위에, 남극을 아래에, 왼쪽에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른쪽에는 아메리카를 그려넣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왜, 언제부터 북쪽을 ‘위’에, 남쪽을 ‘아래’에 그렸을까? 남극이 하늘처럼 우뚝 솟아 있고, 북극이 땅처럼 지도의 아래를 차지하고 있는 지도는 왜 없을까?

이번엔 자신이 그린(떠올린) 세계지도에서 우리나라를 찾아보자. 그 다음은 시리아, 그린란드, 슬로바키아, 쿠바, 파푸아뉴기니 등. 세계지도를 그릴 때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국가 이름이 기재된, 국경을 중심으로 그려진 지도를 상상한다. 하지만 세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릴 수 있다. 다양한 인종에 따라서, 혹은 지역별로 살고 있는 동물에 따라서, 아니면 기후별로, 지형별로 그릴 수도 있다. 또한 강의 위치와 인류의 생활권에 따라 지도를 그릴 수도 있다. 사회경제학자는 빈곤 지도를, 고고학자는 고
대 문명 발상지를 분류한 지도를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에 관한 한 우리의 머릿속은 너무나 빈약하다. 우리는 세계를 곧 국가 간의 견고한 국경선과 나라 이름만으로 인식한다.

 

아프리카보다 유럽과 미국이 크게 그려진 지도를 보고 있는 건 그것이 ‘객관적 사실’이라서가 아니다. 200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아이는 이렇게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 왜 21세기의 지도는 이렇게 엉터리인가요? 대륙의 크기도 사실과 다르고, 모든 지도가 북쪽을 위로 그려놓았어요.”

익숙한 눈으로 지도를 바라보지만, 익숙함에 익숙해져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 지도에는 역사와 정치, 과학과 사상이 살아 숨쉬고 있다.


[출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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