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도전하는 마음은 언제나 맑음


 

이 여자가 사는 법· 기상캐스터 배혜지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마음까지 시려오는 한겨울, 1~2도 차이로 체감 온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된추위가 닥치면 일기예보를 더욱 유심히 살피게 된다. 에서 일기예보를 전하는 기상캐스터 배혜지(28)는 사람들이 날씨에 예민해지는 날일수록 방송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한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 새벽 5시에 발표된 기상청 예보를 토대로 기온, 강수 현황 등을 분석한 뒤 대본을 작성하고, 그래픽을 구상하는 것이 모두 기상캐스터인 그녀의 몫. 그녀를 비롯한 기상캐스터들은 1분 남짓의 예보를 위해 2시간 가까운 준비 과정을 거친다.

 

‘1분 날씨 뉴스’를 만드는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기상캐스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던 대학 시절이었다. 명랑하고 적극적인 자신에게는 주어진 대본대로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 아나운서보다 직접 기획한 일기예보를 밝은 웃음으로 전하는 기상캐스터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의 마지막, 짧은 시간 시청자들과 만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전하는 일에 가슴이 뛰었다. 고등학생 시절과 대학에서의 전공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이 돼주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상캐스터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오고 있었던 셈이다.

 

“고등학생 때 이과 계열이어서 지구과학을 보다 자세히 배웠어요. 재미있어서 다른 과목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기상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또 숙명여대에 진학해 IT공학을 전공한 덕에 방대한 기상 데이터나 통계 자료를 이해하기가 쉽고, 그래픽을 구상하기도 훨씬 수월해요.”


 

 

그동안의 배움을 토대로 1년여의 준비 끝에 카메라 앞에 서게 된 그녀는 작은 기상 정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청자들을 볼 때마다 날씨가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한다. 정확한 날씨를 쉽게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그녀가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일 중 하나는 국내외 일기예보 모니터링이다.

 

다양한 형식의 일기예보는 기상캐스터 준비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발전시켜주는 바탕이 돼주고 있다. 바람 방향이나 유선도 등을 새로운 그래픽으로 표현하게 된 것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채로운 그래픽을 활용하는 해외 일기예보를 유심히 살핀 결과다. 매일 자신의 방송을 보고 보완점을 찾아나가는 것까지, 그녀는 리허설이 없는 1분의 방송을 위해 많은 시간을 모니터링에 할애한다.

 

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기상캐스터가 된 지 2년째 되던 지난해 봄 그녀는 ‘기상 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날씨 예측에 한층 정확성을 기하게 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흐름을 백 퍼센트 정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뛰어난 기상캐스터라면 예보의 오차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감행한 도전이었다. 자격증이 기상캐스터의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자신부터 날씨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기상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해야 양질의 정보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들처럼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 애매한 기상청 정보 앞에서 당황할 때가 많았는데 자격증을 딴 뒤로는 침착하게 분석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전에는 ‘서해안에 2~7센티미터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 정보를 접하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눈구름이 오는 과정이 그려지니까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요. 눈구름이 서풍을 타고 오면 대설주의보의 기준이 되는 5센티미터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릴 것이고, 북풍이 불면 2센티미터 정도 소량의 눈이 내리는 거예요.” 

 

 

 

 

프로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끝에 그녀는 어느덧 기상청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새벽에 받은 예보에서 오전까지 비가 내린다고 나와 있어도, 방송 직전의 기상도를 다시 한 번 살펴 정확한 비구름의 흐름을 파악하고, 좀 더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 기상청에 문의 전화를 하는 등 날씨 예측 과정 하나하나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기상 전문가가 아니다. 어려운 날씨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줘야 할 때도 있고, 때론 ‘영하 15’도라는 객관적 사실보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칼바람이 으르렁거리는 아침’이란 표현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과학적인 날씨 속에 따뜻한 감성을 녹여내고 싶었던 그녀는 책 속에서 그 길을 찾았다. 4년째 독서 모임을 이어오며 여러 장르를 두루 읽고 있지만 그중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수필이다. 수필을 읽다 날씨에 대한 인상적인 표현을 접하면 꼼꼼히 적어두었다가 대본 작성 시 참고한다는 그녀는 꾸준한 독서로 생생한 대본을 집필하기 위해 애쓰는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기상캐스터다.

 

그녀는 얼마나 춥고 더운지 피부로 와 닿게 설명해주는 것 못지않게 그날 뉴스와 조화를 이루는 일기예보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날씨도 뉴스의 한 부분이기에 그날 보도되는 방송과 맥락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 일기예보에 대한 그녀의 철학.

 

“존경하는 은사님인 이금희 아나운서가 일기예보 전에 나가는 두세 개의 뉴스만 살펴도 그날의 방송 흐름을 알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심각한 사건 사고가 많은 날이었는데 날씨가 맑다고 해서 명랑한 표정으로 예보할 순 없잖아요? 그런 날은 대본도 너무 튀지 않게 작성하고 차분한 톤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친근한 표정, 공감 가는 표현,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발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많은 기상캐스터 배혜지. 시청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와 발랄함을 날씨 정보 속에 부드럽게 녹여낸 결과 그녀는 ‘날씨 여신’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방송 모습은 물론 개인 SNS에 올리는 일상 사진도 화제의 중심에 오른다. 

 

 

 

하지만 올바른 일기예보를 전하는 것이 기상캐스터로서의 가장 중요한 본분 임을 잃지 않는 그녀는 올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하며 더 깊은 배움의 길을 찾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을 배운 뒤 방대한 기상 정보를 신속하게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얻은 예보를 보기 좋게 시각화할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전문성 높은 기상캐스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그녀는 무엇이든 배우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인터뷰 마지막까지 목도리 착용만으로도 목 부위 온도가 5도 가까이 올라가니 추운 날엔 꼭 목도리를 하라고 당부할 만큼 날씨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녀는 지금 인생의 어느 계절을 보내고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설레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봄날 같아요. 하지만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마냥 꽃놀이만 즐기는 봄은 지난 것 같기도 해요. 이제 슬슬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봄의 끝자락에 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삶에도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알려주고 싶은 날씨 정보는 많은데 1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날씨를 향한 깊은 애정만큼은 봄날의 만발한 꽃처럼 시들지 않을 것이다.


 

글 조연혜 기자 | 사진 최순호

 

[출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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