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 상상의 공간] 네 개의 사과 / 박재호, 사진작가


 

저는 제 자신을 스토리텔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상을 통전적(統全的)으로 이해하고, 그 교감의 결과를 저만의 독자적 이미지 언어인 사진드로잉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음유시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가 세상과 소통하려고 하는 주제는 인류 문명의 본질에 대한 탐구입니다.

 

왜 사과인가요?”

이야기꾼인 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 개의 사과를 통한 인류 문명 이야기를 사진에 담으려고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제 작업을 접하신 많은 분들께서는 왜 사과인가요?”라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 대신 이렇게 되묻곤 합니다.

인류 문명을 상징하는 세 개(신화, 종교, 과학)의 사과를 알고 계시나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세 개의 사과에 대한 질문을 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패리스의 황금사과아담과 이브의 사과’, 그리고 만유인력으로 과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뉴튼의 사과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 문명을 구성하는 세 가지 축인 신화와 종교, 그리고 과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만의 이미지 언어

10여 년 전에 시작된 이 사과 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자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세 개의 사과를 통해 나만의 이미지 언어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인류 문명이라는 거대 담론을 세 개의 상징으로 함축시켜 인류 문명의 이면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세 개의 사과 중 예술 작품의 주제로 가장 많이 다뤄지고 있는 주제는 종교 신화입니다. 그리고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시대를 초월해서 반복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여러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아담과 이브의 사과패리스의 황금사과입니다. 그녀에게 금단의 열매인 사과를 사이에 두고 뱀의 유혹을 받게 되는 이브의 사과와 루벤스가 ‘The Judgement of Paris’라는 제목으로 일곱 번이나 다시 그릴 정도로 사랑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패리스의 황금 사과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모든 예술 장르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과 이야기

저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사과와 더불어 만유인력으로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뉴턴의 사과와 형태적으로는 간단하지만 많은 의미를 지닌 사과라는 오브제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대상의 본질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현대미술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세잔의 사과를 추가함으로써 네 개의 사과를 통한 인류 문명 이야기를 사진 파스텔버전으로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인류 문명에 대한 또 다른 장르의 이미지 서사시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사색하고 묵상하면서 셔터를 릴리스하고, 파스텔을 사용하여 채색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면서.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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