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人터뷰] ‘함께’ 키우는 생각의 나무/ 동화작가 전이수

 

 

함께키우는 생각의 나무

 

나중에 커서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고 만들 때 행복하다는 동화작가 전이수. 열한 살 소년의 푸른 꿈은 담백한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세상을 향한 창()을 낸다. 그 창을 투과한 어휘들은 나와 가족, 타인과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한다. 다섯 살 무렵 엄마가 잠들었을 때 손등, 발등에 남긴 첫 그림을 시작으로 이수는 노트와 방안의 벽, 집 담벼락, 아빠의 자동차 등을 캔버스 삼아 생각의 나무를 키워왔다. 첫 동화책 <꼬마 악어 타코>에 이어 <걸어가는 늑대들><새로운 가족><나의 가족, 사랑하나요?>는 한 뼘 한 뼘 생장한 나뭇가지들이다. 타인에게로 뻗어 나간 나무의 뿌리를 찾아 12, 제주로 향했다. 작업실에서 만난 이수는 동생들(우태, 유정, 유담)함께 달려와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연을 만들면 당장 날려볼 수 있어서제주가 좋다는 소년은 자연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지각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추억을 거름 삼아 피어난 유년의 뜰에서. 

그림은 배우는 게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것

SBS <영재발굴단>을 통해 더욱 화제가 된 이수는 어쩐지 영재라는 말이 싫고 불편하단다. 자신을 구구단도 3단까지 밖에 못하는 무식한 동네 꼬마라고 하면서 영재라는 말은 싫어요. 정말 별로야. 이수는 그냥 이수인데라며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이수의 부모님(전기백, 김나윤) 역시 아이가 영재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수의 호기심 상자에는 글과 그림, 만들기, 발명, 과학 등 수많은 놀이가 담겨있고, 그것을 하나씩 꺼내 직접경험하려고 하는 보통 아이의 순수한 동심이 깨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저는 노는 게 제일 좋아요. 그림도 옆에서 엄마가 그리는 것만 봤지 한 번도 배운 적은 없어요. 배우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림은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저절로 나오는 거니까. 글 쓸 때나 그림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건 생각과 마음이에요.”

이수는 대안학교를 그만두고 동생 우태(9)와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 많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의 눈높이와 발걸음을 맞춰줄 제도권 교육이나 대안학교와 인연이 닿지 못한 연유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교육받고 있지만, 이수의 부모님은 믿음과 친밀한 대화를 중심으로 한 교육관으로 생각의 씨앗을 길러주고 있다. 아버지 전기백 씨는 이수가 또래보다 글을 늦게 배워서 오히려 언어를 스스로 사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이수가 최근에는 그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 다양한 산문들에는 내면의 진지한 목소리가 잘 녹아있다.

강하다는 게 무엇일까?() 힘이 센 것도 머리가 똑똑한 것도 나를 중심으로 쓰인다면 그리 예쁘지 않구나. 결코 그 힘은 제대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난 오늘 내가 그리 강하지 못함을 보았다. () 집에 돌아와 난 혼자 생각했다. 진정한 힘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강인함에 있지 않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바르게 쓰는 것에 있는 것 같다. 난 그런 강함이 필요하다. 난 오늘 우태를 보면서 약한 동생을 지키려고 힘이 굉장히 세 보이는 큰삼촌 앞에서도 꿈쩍 않고 대항하는 걸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마음의 힘을 길러 그 힘으로 다른 사람에게 바른 용기를 주며 직접 모범이 되어 보일 것이라고, 조금 더 나에게 용기를 내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 하루였다.”

- 산문 강인함이란

가족, 나를 숨 쉬게 해주는 나무

<엄마의 마음>은 입양으로 맺어진 동생 유정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본 장면을 담은 것으로,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 글이 먼저이고 그림은 나중에 완성됐다.

유정이가 특수학교에 다니는데, 거기에 어떤 엄마가 형보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 형은 시각장애인이었는데 막대기를 땅에 툭툭 치면서 갔어요. 그런데 그게 학교가 아니라 형의 인생길이라고 생각하니 그 엄마도 눈물 났을 것 같아요.”

네 번째 책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 이수에게 있어서 가족은 나를 숨 쉬게 해주는 나무이며 변함없는 관심 주제는 함께이다. 동생 우태와 함께그림책을 보며 이야기를 짓고 서로의 글과 그림에 대해 얘기하며 노는 게 좋다는 아이는 이러한 대화방식과 학습법을 부모님과 함께하며자연스럽게 배웠다. 음악과 영화를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 신해철의 <아버지와 나><민물장어의 >가사가 감동적이라서”, 영화 <원더><인생은 아름다워>영화 속 아빠가 너무 멋있어서좋다는 소년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번진다. 전기백 씨는 친구처럼 대화가 통화는 부모가 되려면 아이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나누며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시간은 어느덧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자 역사가 되기 때문에.

요즘 이수는 장유권 감독과 손을 잡고 영화 <하늘을 달리다>(가제)를 만드는 중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이 그림 그리는 아이를 만나서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이수는 영화 속아이의 그림을 그려주고, 한 배역을 맡아 출연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언어로 세상을 열고 있는 이수는 앞으로 자신의 창을 통해 어떤 발화를 하게 될까. “예쁜 마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라며 미래를 상상하는 소년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불러야겠구만!(웃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일단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하고 싶어요. 그러면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볼 수 있겠죠? 겨울에는 썰매도 만들고, 아빠와 함께 공부해서 멋진 배도 만들 거예요!”

누구나 마음속에는 시인이 살고 있다. 꼬마 작가 이수 역시 하나의 표현이자 언어인 글과 그림으로 독창적인 집을 짓는다. 누군가에게 쉼표가 될 수 있는 따듯한 언어의 공간을.

 

. 사진=김신영 편집장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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