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돌, 그리고 자연 / 김형기, 포스포스키(posposki) 대표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것들을 그리고 만들며 디자인을 한다. 나의 그림 그리는 행위,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는 행위는 삶의 관찰에서 비롯된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 나뭇잎의 생김새,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비 오는 소리, 바람 소리를 귀담아들으며 세상을 향한 여정은 시작된다. 프랑스의 문학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의 진가는 같은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땅을 수많은 눈으로 다르게 보는 것에 있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발에 치인 돌이 데굴데굴 구르다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돌은 물고기 같은 형태였다. 그 돌을 주워 와서 그림을 그린 후 자석을 붙였더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돌 자석이 되었다. 자연물은 기존의 것들을 활용해 리폼을 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재료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시간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를 하면서 작업했던 것이 도움 되었다. 돌의 재질과 특성에 따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만의 독특한 돌 그림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돌에 그림을 그린 후 자자석을 만들어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기존의 대량 생산 자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이것이 좋은 계기가 되어 충무로 예술통 둥지라는 화단에도 큰 돌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돌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돌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국제 핸드메이드 페어,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고 소소한 아이템이 되었다. 포스포스키(posposki)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12년간 작업하다가 여성 공예센터 더아리움(태릉 입구)에 입주하게 되면서 만든 Design+Hand made 브랜드이다. ‘돌에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와 돌과 자연이라는 의미를 지닌 돌, 그리고 자연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했고, 나만의 개성이 담긴 일러스트를 활용한 디자인 굿즈를 만들었다.

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런 나는 포스포스키 1인 창업가 외에 예술가로서의 삶도 살고 있다. 사실 지금은 다양한 것들을 실험 중이고,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조형 언어를 찾기 위해 여러 매체를 다루며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중 20159월에는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생명이라는 주제로 1회 초대전을 갖게 되어 사진과의 인연도 맺게 되었다. 아버지가 직접 찍고 인화한 사진 위에 딸의 시선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사진1).

당시에는 사진 외에도 다양한 매체에서의 자유로운 실험을 통해 앞으로의 향방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512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으면서 8번의 항암치료와 수술, 그리고 방사선까지 하게 되었다. 그 모든 과정을 마친 시점에서 친구인 김은혜 캘리그래퍼의 제안으로 20174, 경인미술관에서 , 꽃 만나요라는 2인전을 개최했다.

그 시기를 거치면서 나는 작가로서 더욱 작업에 임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암의 발병과 항암을 겪으며 무기력해진 나, 그리고 온몸에 털이 없어졌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한편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긍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떨쳐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작업이나를 살려냈다고 할 수 있다. 작업에 신경을 쓰다 보면 어느새 나의 질병이 잊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진을 리터치하게 된 것을 계기로 에코락 갤러리 신사에서 경계해체전1,2회에 초대받는 일도 생겼다. 사진과 회화를 넘나들며 나아가서는 과학과의 경계 해체를 도모하는 포항공대 IT 융합학과 김철홍 교수님 연구팀이 광음향 장치로 촬영한 귀의 영상 사진을 제공받아 ‘Cheery Blossoom’이라는 제목의 전시도 했다. 또한 지난 125~11일까지는 에코락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파버카스텔 전시 공모에 당선되어 전시에 참여했고, 1213~16일에는 소홈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홈테코페어(코엑스)에 출전했으며 올해 2월에는 제3회 초대전이 있을 예정이다.

지금은 한 가지 매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왜 이것저것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듣는다. 나는 모든 예술에는 정해진 틀이 없고 전부 연결되기 때문에 그 매체에 맞는 특성과 재료, 그리고 물성들을 탐구해 나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점에서 고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도 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시간이 쌓이면 이 모든 역량들이 나만의 독특한 세계로 펼쳐쳤으면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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