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옷을 만들었나

글 이미영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최초의 옷은 아담과 이브가 몸을 가렸던 한 조각 나뭇잎이 아닐까? 인류가 진화해 털이 퇴화한 뒤 몸을 보호하는 피부 역할을 해온 옷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했다. 신석기시대 인류 조상들은 뼈로 만든 바늘로 윗옷과 아래옷을 따로 만들어 입었고, 기원전 3천 년 전에는 직물을 짜서 옷을 지었다. 몸을 보호하던 기능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 본능,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타인의 관심을 끌며, 자신의 신분과 용맹함을 드러내는 문화 상징으로 쓸모를 확대해 간다.


 

옷이 일회용품이 되다

소비자본주의 시대, 패션산업의 대표 주자인 ‘옷’은 유행을 만드는 소비의 총아, 개성의 총체, 문화 아이콘으로 대량 소비되며 급성장한다. 반면 패션에 대한 탐닉만큼이나 그 어느 때보다 옷에 꽂히는 의구심과 불편한 시선도 커간다. 오죽하면 ‘쓰레기산업’, 땀과 고혈을 짜내는 ‘스웻산업’이라 불리겠는가? 패션과 윤리의 불편한 만남은 몇백 조를 넘나드는 거대산업, 지구에 정교한 공급사슬체계를 심어놓은 옷의 생애주기가 지구와 사회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패션산업 현실은 ‘불확실성과 혼란’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양한 시장변수가 있어 불확실성은 기업경영의 새로운 표준이 됐다. 국가와 국가를 넘나드는 데이터 사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세계화도 그만큼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패션시장의 거점을 서구 전통시장에서 동쪽 신흥시장으로 빠르게 이동시켰다. 아울러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같은 빠른 기술발전은 패션업계 전반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가장 많은 옷을 유통해 온 백화점이 무너져 가고, 고객들은 급속히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과 에스엔에스를 통해 손쉽게 비교 구매한다. 고객에게 예전과 같은 ‘브랜드 충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됐다. 이런 유례없는 변화 속에 패션산업이 명품과 저가 패스트 패션으로 양극화 된 탓에 개성 있는 중소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특히 패스트 패션은 거침없이 세를 확대해 토종브랜드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지난해 세계 패션시장은 4퍼센트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패스트 패션은 지난 3년 동안 30퍼센트 넘는 큰 성장을 이뤘다.

패스트 패션은 이제 우리 생활 속 친숙한 풍경이다.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유니클로(UNICLO)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쇼핑몰 가장 좋은 위치에 널찍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옷장에 한두 가지 패스트 패션 제품 없는 집이 없을 것이다. 질보다는 디자인, 낮은 가격이 특징인 패스트 패션은 원래 패션업체가 생산부터 소매·유통까지 직접 책임진다. 이는 재고를 줄이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매장에 진열될 수 있게 하는 ‘자가 상표부착 유통방식(SPA)’이다. 패스트 패션의 전략은 간단하다. ‘때를 놓치지 않고 자주 바꾸어 많이 판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체계는 만만하지가 않다. 정교한 글로벌 공급사슬 구조를 작동시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패스트 패션은 산업혁신 아이콘으로 칭송받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다.

패스트 패션이 가져온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옷을 거의 일회용품으로 취급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옷이 옷장에 보관되는 기간은 15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평균 7∼8번 입고 버린다고 한다. 그 결과 소비자가 사는 옷의 수는 2010년부터 4년 동안 60퍼센트 늘었고, 의류생산량은 두 배가 됐다. 비용 절감과 공급망 간소화 덕분에 패스트 패션 의류가격은 다른 소비재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인상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영국은 53퍼센트, 미국은 3퍼센트 하락했다. 구매여력이 커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신제품을 출시해 지갑을 열게 만든다. 

빠른 옷과 느린 옷 사이

패스트 패션은 단순 분업과 낮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하는 체계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값싼 판매가격, 빠른 회전율로 창출되는 대단히 큰 부가가치는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그 규모만큼이나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빈번히 등장하는 저임금, 아동노동, 건강과 안전 위험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걸친 노동인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슈가 될 정도이다.

“2013년 4월 24일 아침,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봉제공장 노동자들이 건물이 위험하다며 항의한다. 일을 안 하면 임금을 깎겠다는 협박에 재봉틀은 다시 움직였고, 한 시간 뒤 8층짜리 건물은 순식간에 붕괴됐다. 공식 사망자 수 1,133명, 부상자는 2,000명이 넘었고 이들 대부분이 10대 소녀였다. 참사 현장에는 최후 순간까지 재봉틀 위를 달리던 다국적기업의 옷들이 뒤섞여 있었다.” 안전하지 않은 작업장에서 그들이 받는 월급은 고작 34달러였다. 분노한 시민들은 패션의 혁명을 촉구하며 에스엔에스를 통해 광범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이라는 캠페인에 동참한 수백만 시민들은 옷을 뒤집어 입고 라벨을 노출시킨 사진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면서 “누가 내 옷을 만들었나? Who made my clothes?”라고 묻는다. 시민들 압력에 몇몇 다국적 기업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 패션의 인권 문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빈번히 등장하는 아동노동 문제는 어떤가? 시민들의 압력으로 하청공장의 윤리기준 강화에 나선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새로이 상승한 비용을 그들이 분담하지는 않는다. 고스란히 개발도상국가 공장에게 떠맡기는 탓에 비용 상승 압박을 견디다 못한 공장들은 하청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비용을 맞춘다. 여기에 저렴한 노동시장의 아동들이 동원된다. 결국 패스트 패션의 근본 체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돌고 도는 착취의 연결고리는 끊어내기 어렵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패스트 패션의 막대한 환경 책임, 역시 피할 길이 없다. 패스트 패션이 일으킨 의류소비 증가는 쓰레기 증가로 귀결되고, 태어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생의류 약 5분의 3이 소각장이나 매립지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강력한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은 중고의류 4분의3을 수집해 그 가운데 절반은 재사용하고 4분의 1을 재활용하고 있다. 또한 의류산업은 에너지와 물을 많이 소비한다. 패션 생태계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세계 6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배출량 3퍼센트에 달하고, 이는 1년 동안 3억 7200만 대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60퍼센트 늘어날 전망이다.

패션은 전체 산업 가운데 세 번째로 물을 많이 쓰는 산업이다. 원단 1킬로그램을 가공하는 데 100∼150 리터, 티셔츠 한 장에는 약 천 리터의 물을 쓴다. 이는 1년 동안 1억 1000만 명이 먹는 물의 양에 맞먹는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까지 물 사용량은 두 배로 늘어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면화 밭에 뿌려지는 농약은 세계 생산량 4분의 1에 달하고, 놀랍게도 원단에서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화학물질 약 8,000여 종을 쓴다. 염색하기 전, 원단 정련을 위해 건강에 해로운 트리클로로에탄(TCE), 염화솔벤트을 쓰고, 염색제 60∼80펴센트는 피부에 닿으면 화학 물질을 방출하는 아조화합물(azo compound) 염료들이다. 발암물질인 클로로벤젠은 폴리에스테르 염색에 널리 쓰인다. 프탈레이트는 가죽, 고무와 피브이씨에 쓰이고 포름알데히드, 파라핀은 방수나 난연성을 위해 투입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수질오염 20퍼센트가 직물 염색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다. 최근 합성섬유의 증가로 배출되는 미세섬유조각, ‘마이크로파이버 플라스틱’의 해양오염도 심각하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 하나를 세척할 때마다 1,900개 넘는 미세섬유가 발생한다.

이미영 님은 지난 10년 여 국내 최초 공정무역을 기치로 한 사회적 기업 그루를 이끌고 있고, 페어트레이드코리아와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제3세계 빈곤과 환경으로부터 촉발된 여성문제에 비중을 두고 공정무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이 글은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263호 특집 ‘지구인 패션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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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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