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강국에서 윤리적 패션 도전기

글 김방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던 오르그닷의 김방호 님을 만난 때는 2011년이다. 지금은 터전을 동대문 패션특구로 옮겼다. ‘무가공 면’을 개발해 대중화시켰고, 패션디자이너와 봉제인을 잇는 온라인 창구,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윤리적 패션을 개척해온 오르그닷의 목소리를 전한다.


 

옷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다

한국은 패션의 강국이다. 이 말은 두 가지를 담고 있다. 하나는 패션 제품 제조 강국이라는 말, 다른 하나는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 흐름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리적 패션’ 혹은 ‘친환경 패션’ 영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문화로 자리잡거나 뚜렷하게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패션 제품 디자인과 유행에 민감하다. 하지만 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노동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에는 별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동안 유럽과 일본을 방문해 여러 패션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대학에서 패션 관련 학과 교수, 패션 디자이너와 생산자를 인터뷰했다. 대체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가치우선 패션 문화를 이끌고자 노력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공감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윤리적 기준을 신경 쓴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다. 어떤 옷을 선택하는 이유는 가격과 디자인이다. 생산 과정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윤리적 패션이 뿌리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고르려는 옷이 ‘윤리적 제품인가?’ 질문하기 시작하고, 가치에 공감하고, 그것이 구매의 기준이 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달라질 것이다. 친환경 제품, 윤리적 생산 제품 디자인과 생산자가 늘어나는 물꼬가 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오르그닷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이 사회적 가치와 재무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쉽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을 하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나 재무 가치를 포기하더라도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우선에 뒀다. 쉽게 말해 ‘수익’에 관한 것이다. 기업에선 ‘투자수익률’이 매우 중요한데 윤리적 패션은 투자수익률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재무 상태는 가장 큰 문제였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내하는 자본’이 돼야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믿고 있다.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패션

우리나라 윤리적 패션 분야를 들여다보면 개인 소비자보다 기업구매 비중이 크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나 기관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구매 기준으로 앞세울 동기들이 있는 반면, 개인 소비자들은 가치보다는 디자인과 가격을 우선 고려해 선택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윤리적 구매가 기관 평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흐름 때문에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도 친환경 소재 단체복들을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오르그닷이 진행한 프로젝트 가운데 에스케이 와이번스와 진행했던 ‘그린 유니폼’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로 200킬로그램까지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만들었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았다. 심지어 영국과 일본에서도 우리 사례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이 왔다. 우리가 제작한 그린 유니폼을 입고 뛴 아홉 번 경기 가운데 여덟 번 승리했다. 평균 승률보다 높았기 때문에 경기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증명됐다. 선수들의 자부심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사회적 관심과 기능성 모든 것을 충족시킨 프로젝트였다.

두 번째는 미국 뉴욕시가 추진한 패션·봉제산업 부활 정책인, ‘매뉴팩쳐 뉴욕’에서 윤리적 생산 공정을 만들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일이다. 뉴욕은 미국 패션의 중심이다. ‘메이든 인 뉴욕’ 브랜드를 만들어 비용이 약간 비싸더라도 뉴욕에서 만들어 뉴욕 내에 소량으로 납품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그곳에서 한국인들이 생산자로 많이 근무하고 있어 놀랐다. 공장을 무작위로 들어갔는데 공장주는 한국인, 봉제인은 멕시코인인 경우를 많이 봤다. 이들과 윤리적 생산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에 돌아와서 매뉴팩쳐 뉴욕 대표를 초청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체로 개인 소비자들이 옷을 구매하는 기준은 가치에 무게를 두기보다 예쁘고 구하기 쉬운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예쁘다는 것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구하기 쉽다는 것은 구매력, 곧 가격과 관련한 것이다. 아무리 사회 가치가 담겨 있어도 비싸면 잘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친환경 제품은 생산 과정 때문에 생산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친환경소재는 일반 소재에 비해 2∼3배가량 비싸다. 그리고 윤리적 생산을 위해 적정 공임을 책정하고, 생산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1.5배가량 값이 오르게 된다. 여기서 1차 장벽이 생긴다. 그래서 큰 기업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생산 기간은 짧아질 수 있지만 적정 공임, 윤리적 노동 조건을 지키게 되면 그만큼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탓이다. 곧 소규모 생산자나 기업 브랜드 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조건 때문에 생산가를 더 낮추지 못하면 윤리적 패션을 시도하거나 지속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윤리적 패션은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기업이나 생산자가 가치에 무게를 두면서도 마땅한 생산 방식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고, 소비자도 윤리적 생산 제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려 구매하는 선택을 하면 윤리적 패션 시장이 바뀔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윤리적 가치를 담은 제품을 다소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국내 대기업은 생산 라인을 국내로 돌리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김방호 님은 친환경 소재 옷을 만드는 오르그닷(orgdot) 대표이다. 2011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2014년에 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상이 모두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우리 사회에 윤리적 패션을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 이 글은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263호 특집 ‘지구인 패션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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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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