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글 이일훈

 

 

이 시대 공통의 성찰이 필요하다. 책이 아닌 옷집이 그 성찰의 출발점이다. 사람 사는데 꼭 필요한 옷집의 양태는 서로 영향을 주며 닮아간다. 예전에는 옷집을 누구라도 손수 지었으나 지금은 다른 사람(회사공장)이 만들어 파는 것을 입고 먹고 산다. ? 편하니까!

슬로푸드가 건강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번거로움과 귀찮음이 패스트푸드의 달콤하고 편리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옷을 손수 짓기란 고생스럽지만 기성복은 (돈만 있으면)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다. 말하자면 패스트드레스이다. 내가 살()집을 고생해서 짓는 것보다 남이 지어놓은 것을 사()는 것은 얼마나 빠르고 편한가. 말하자면 패스트하우스이다. 패스트가 붙는 모든 식품상품제품은 바쁜 소비자를 위한다 말하지만, 실은 판매자가 더 많은 이윤을 취하려고 미리 많이 만들어 놓고 빨리 파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구조에서 과잉생산과 과소비는 단짝이 된다. 여기에 편리성이 더해지면 통제 불능이다. 시장도 정치도 산업도 문화도 편리의 깃발아래 지속가능성을(어이없게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속이며) 함몰시킨다. 일회용 제품을 버리기는 얼마나 편한가. 걷기보다 타는 것은 얼마나 편한가. 절약보다 낭비는 얼마나 편한가.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환경파괴, 수질오염, 생태파괴, 자연훼손 같은 문제는 모두 편하게 살기, 즉 편리주의의 후유증이다.

편안함과 편리함은 좋은 것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아니 벌써 그리 되었다). 그 결과가 (지극히 당연한) 지구온난화현상인데, 피부로 겪으면서도 반성성찰하지 않으니 이럴 땐 인간이 이성을 지닌 존재인지 의심스럽다. 끝 모르게 좇는 맹목적 편리주의, 그것이 문제다. 그럼 어떻게 하나?

답은 단순하다. 이제부터 편리주의를 경계하고 반성하며 불편주의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 불편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권유할만한 것이며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나아가 불편하게 살기로 이어진다면 더 없이 반가운(‘편리를 팔아 돈을 버는 기업인과 표를 모아 먹고 사는 정상배모리배들은 싫어할) 일이다.

세상에 재()자 들어간 말이 많다. 본방을 놓친 이는 재방송을 보고, 사연 있는 사람은 재혼도 하고, 원하는 대학 가려고 재수도 하지. 재수술이나 재시공은 반갑지 않지만 보고 싶은 사람들의 재회는 얼마나 애틋한가. 당신이 지금 읽는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재생종이로 만든다. 환경을 생각하면 재활용이야말로 위대한 생산이다재생은 아름다운 뜻, 건축과 만나 더 빛난다. 재생건축 아니면 건축의 재생, 아무래도 좋다. (재생건축, 줄이면 재건인데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재건이라 쓰고 개발건설로 읽던 지난 개발독재시절, ‘재건합시다인사하며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자고 노래했다. 무조건 없애고 넓히는 것에 몰두하던 어리석은 시대. 천천히 생각하고 차분히 재건할 수는 없었을까.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씌운 슬레이트는 발암물질이고, 지나치게 넓어진 마을길은 자동차는 편해졌지만 마을과 사람들의 공동체의식을 깨는 데 일조했다. 조상의 뼈를 묻은 오래된 마을에서 벌이는 일을 굳이 새마을운동이라 했다. ()마을-()도시-()타운, 몹시도 새()것을 좋아하는 심리가 연결된다.)

 

재생건축 또는 건축의 재생, 어떻게 할까. 먼저 재생의 의미를 톺아보자재생은 되살림 아니던가. 되살림은 물리적 재현 아닌 프로그램과 장소와 공간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시대정신이 보이는 것이 핵심. 건축() 하나가 중심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건축-주변-도시를 품는 시각으로 과거-미래를 확장연계해서 보는 사회문화적 안목과 상상력이 필요하다철도역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제철소철길정수장 같은 곳을 공원으로 바꾸며 그 역사와 흔적을 남기는 일은 반가운 일이지만, 건축의 재생 또는 재생건축은 단순한 기능과 용도를 바꾸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공공문화시설의 선례를 넘어 일반민간시설에서도 보편일상화 되어 동네마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궁리해서 고치는 것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자면 부분과 개체 아닌 전체를 엮어 보는 넓은 시야, 해서 해당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철학이 먼저다. (그런 면에서 무조건 철거하고 신축하는 재개발사업과 별 차이 없는 도시재생계획은 우려스럽다. 몇몇 공공문화시설에서 재생건축이 호평을 받자 의도를 갖고 옛 흔적처럼-재생한 듯- 보이게 연출하는 디자인의 유행은 우려스럽고, 모방과 복제 수준을 넘지 못하는 벤치마킹은 반갑지 않다.)

재생은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힘들게 노력하는 불편이 따른다. 재생의 태도는 재생 이전의 반성에서 온다. 산업화현대화 또는 개발건설이란 명분으로 쓰레기만 남기는 건축()을 짓는데 복무했던 경험과 사고방식을 반성해야 한다. 편리만을 구가하던 가치관을 버리지 않으면, 그 편리가 우리를 망하게 하리라. 감히 말한다불편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이일훈 님은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제안하는 설계 채나눔을 실천해온 건축가이자, <작아> 글틀지기이다. 펴낸 책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뒷산이 하하하,모형 속을 걷다,불편을 위하여,사물과 사람 사이,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일훈의 상상어장이 있다

[출처] 작은 것이 아름답다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포스트 공유하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정기구독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