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세상과 오브바이포 : 퍼니플랜과 비블리아가 응원합니다

 

고민을 터놓고 싶지는 않지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종종 서점에 가곤 한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어떤 책들은 제목만으로 눈길을 끌 때가 있다. 내 마음을 알아챈 것 같은 책 한 권을 들고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어떤 날에는 고민을 털어놓는 것보다 잠시 책 한 권 읽는 게 더 큰 위로가 된다. 

 

글·사진 최지원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

 

지금의 세상에서 오브바이포를 추천했다.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현정 대표(김현정) 대표님이 처음 서점에 오신 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표님이 출판 일을 하시고, 이 동네에 살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화가 잘 통하더라.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서점에서 같이 철학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지금은 줄스에번스 저자가 쓴 『삶을 사랑하는 기술』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황혜정 대표(황혜정) 서점에 철학이나 심리에 관한 책들이 많다 보니, 그런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나는 원래 그림 한 장에 위로를 받고,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는데, 이곳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평소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위로나 공감도 많이 얻기도 했다. 마치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된 것 같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내 생각을 이성적으로 정리하고, 철학적 사고를 해보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김현정 대표님은 주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책을 기획하시는 편인데, 나 또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많은 사람이 철학이나 심리학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일상과는 멀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잘 살고 싶으니까 철학이나 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닌가. 또한 대표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을 읽다 보면, 어떤 감정이나 감성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오브바이포 출판사에서 출간한 『엔 스페인』도 재밌게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보고, 상상해볼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책이라는 게 각각의 분야마다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점을 열게 된 계기는

 

김현정 서점을 열기 전에 3년 정도 교육 관련 회사에서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강의하는 일을 했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강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방적으로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더욱더 보람차고 기쁘더라.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슬럼프가 왔었고, 회사 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화와 관련된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생각을 하다가 책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도와주는 도구가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책을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그러한 지점에서 생각했던 것이 서점이라는 형태였다.

 

서점의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는지

 

김현정 서점의 이름인 지금의 세상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에 나오는 단어이다. 책에서는 그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저자는 책에서 메일을 보내면 바로 답장이 와야 하고, 주문하면 상품이 즉시 도착해야 하는 지금의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를 가진 지금의 세상에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바깥 세계에서 벗어나 지금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점 이름을 지금의 세상이라고 짓게 되었다.

 

서점에 진열할 책을 고르는 기준이나 방식이 있다면

 

김현정 일단 서점의 슬로건인 다섯 개의 세상 속 다섯 가지의 이야기에 맞춰, 다섯 가지의 테마를 구성해서 책을 진열하고 있다. 테마별로 독자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 네 권을 진열해둔다. 중고 책도 테마마다 한 권씩 함께 진열해두고 있다. 또한 서점에 오시는 분들이 서점에 비치된 메모지에 본인의 고민을 적어주시곤 한다. 매일 그 고민을 읽으면서 각 고민에 어울리는 책을 찾아보고 입고하는 방식으로 책을 진열하고 있다.

대체로 심리나 철학, 인문에 관한 책들을 많이 진열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동화책이나 에세이, 소설책들도 많이 진열해놓고 있다. 서점 개점 초기에는 가볍게 읽기엔 어려운 책들을 많이 들였었는데, 어느 순간 독자들에게 이 책들이 도움이 될 지 고민이 들더라. 오히려 고민에 더 깊이 빠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 이후부터 소설책이나 동화책 등 고민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는 책들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독자들이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에 어울리는 신청 곡을 듣는 독자 모임을 진행했다. 고민이라는 주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현정 예전에 한참 고민이 많았던 때에 책을 쌓아두고 계속 읽었던 적이 있다. 책을 통해 정확한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의 방향 정도는 잡을 수 있겠더라. 독자들도 책을 통해 그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고민에 초점을 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그리고 요즘의 출판 시장을 보면, 베스트셀러 책을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나.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이라도, 그 책이 가진 매력에 대해 잘 소개해준다면, 독자들이 베스트셀러가 아닌 다른 책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에 맞는,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지 못해서 못 읽는 거지 안 찾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던데

 

김현정 서점 주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게 책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독자에게 계속해서 다양한 책을 소개해주는 일이 서점 주인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통해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올리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도 종종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어서 고민하다가 지금의 세상이란 이름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독자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김현정 요로 다케시와 나코시 야스후미가 쓴 『타인을 안다는 착각』을 추천해주고 싶다. 요즘 많은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경우, 타인과의 관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시각으로 그 문제에 대해 바라본다책의 두 저자가 뇌 과학자와 정신과 의사인데, 논리나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불교나 철학을 통해서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가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시각을 넓히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고민 하나에 깊이 빠지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다른 것들을 바라볼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힘을 기르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안다는 착각』

요로 다케시,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 | 2018 5

지금의 세상 서울시 동작구 동작대로3 41, 1층 

                화 15:00~19:00 - 15:00~22:00 (, 월 휴무) 


‘오브바이포’ 황혜정 대표 


출판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황혜정 지난 2004년부터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했었다. 대형 출판사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책이 출간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에디터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 이런 아쉬움을 개선해 보기 위해 조직 안에서 브랜드를 론칭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다 보니 초심을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더라. 늘 마음속에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출판사를 퇴사하고 나서 함께 일했던 작가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 했는데, 많은 분이 격려해주셨다. 그분들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출판사를 운영해보기로 했다.

 

다이어리 북 『따옴표 다이어리』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황혜정 예전부터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주로 실용서를 만들다 보니, 그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독자들이 보기 편한 실용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도 자주 고민했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보곤 했다『따옴표 다이어리』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인 정희정 작가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책 속의 문구를 자주 SNS에 소개하곤 하는데, 이 짧은 글에 위로받는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 글을 정리해 다이어리 북으로 만들면, 평소에 책 읽을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여행책 『엔 스페인』을 제작하기도 했던데

 

황혜정 흔히 볼 수 있는 여행 정보서나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휴식의 순간을 함께 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침실에 편안히 누워 부담 없이 펼쳐보는 책, 책장을 넘기는 순간 바로 여행지로 소환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책, 잠시라도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책 말이다.

또한 이 책을 기획했던 당시가 막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때라,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분석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사진 한 장으로 전달받는 감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사진 한 장이 여러 이야기보다 더 큰 감동과 위로를 줄 때가 있다. 그런 감성을 이 책에 담아보고 싶었다.

또한 여자들이 로망을 가지는 도시를 다루고 싶었다. 여러 나라를 고민하다가 최근 다양한 매력으로 조명되고 있는 스페인을 떠올렸다. 하지만 적합한 저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문 여행 작가가 아닌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크리에이터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늘 궁금하다. 그들은 어떤 공간에서 영감을 받는지, 어떤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지 알고 싶다. 그러던 중 평소 자주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가 떠올랐다. 10년간 바르셀로나에 머물렀던 도은진 패션 디자이너의 일상은 스페인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라면 사람들이 흔히 찾는 관광지가 아닌 자신만의 아지트를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의 표지도 인상적이다

 

황혜정 예전부터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책 자체의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콘텐츠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근 책을 볼 수 있는 여러 전자 기기가 보급되면서, 종이책을 살 이유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종이책을 산다면 어떤 책을 사고 싶을까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을 사고 싶을 것 같더라. 『엔 스페인』의 경우, 패션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 보니 그녀의 평소 패션 스타일을 반영한 시크한 디자인을 구현하고 싶었다.

또한 사람들이 책 표지를 보고 스페인을 다루는 책인데, 빨간색이나 노란색 컬러가 아닌 녹색 컬러를 활용했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떠올렸던 스페인의 색은 녹색이었다. 그곳의 반짝이는 햇살, 싱그러운 나뭇잎, 푸른 바다를 섞으면 녹색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다행히 저자도 같은 의견이었고, 다른 컬러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책을 기획하는 데 있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황혜정 SNS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실용서를 만들다 보니, SNS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출판사에서 일했을 때는 블로그가 유행했던 때여서 블로그를 쓰는 저자들과 주로 작업했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는 저자들과 작업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시대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어떤 매체들이 중요한지 등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더라.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의 방식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김현정 요즘 들어 서점에 와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많은 분이 이곳에서 하루의 고민이나 피곤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서점에 오면 기분이 괜찮아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황혜정 다양한 작가분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대가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꼭 종이책의 형태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책과 다이어리를 접목했던 것처럼, 기존의 것과 다른 형태의 책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다.

  『따옴표 다이어리』정희정 지음 | 2017 11

『엔 스페인』도은진 지음 | 2018 7



 

[출처] 월간 비블리아 (Bib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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