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더십은 '1유형'

분석적이지 않고 직감에 의존해 스타트업 경영자로 제격이지만 국가 지도자로는 미지수
 

트럼프가 1그룹의 특질을 백악관에 맞게 바꾸지 못한다면 대통령직의 조던이 될지도 모른다. 죽을 쑨 구단주 조던 말이다.
 
IT 스타트업 업계의 용어로 도널드 트럼프는 1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필시 2인 탓에 대선에서 패한 듯하다. 아니, 그 숫자는 대통령 당선인의 손 크기(유세 중 손을 가리켜 성기를 암시한 적이 있다)나 클린턴의 바지 정장 패션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 숫자들은 경영자로서의 두뇌 활용 방식과 관계가 있다. 스티브 잡스(애플),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엘론 머스크(테슬라) 등 막대한 성공을 거둔 IT 창업자는 거의 모두 1그룹이다. 반면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설명하고, 전문용어를 즐겨 쓰며, MBA 학위를 벽에 걸어 놓는 관리자들은 필시 2그룹이다. 트럼프가 왜 1그룹에 포함되느냐고? 뒤에 가서 이유를 알게 된다.
 
1-2그룹 구도는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창업 파트너이자 베스트셀러 경영서 ‘하드씽, 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의 저자 벤 호로위츠에게서 나왔다. 내가 20년 동안 스타트업 창업자에 관해 투자자들에게서 들어온 이야기와도 맞아떨어진다. 트럼프가 행정부 팀을 구성하고 핵 공격 버튼과 백악관 차고문 개폐 단추의 차이점을 익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를 들여다볼 만한 흥미로운 렌즈도 된다.
 
호로위츠는 몇 년 전 뇌과학 관련서를 저술하는 내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해줬다. 그는 CEO 재목을 가려내는 안목이 뛰어난 인물로 실리콘밸리 안팎에 알려졌다. 회사 경영진에는 1과 2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그는 믿는다. 둘 다 선천적으로 그런 성향을 타고났다. 2그룹이 1그룹이 되는 예는 거의 없다.
 
1그룹은 특정분야에 관한 깊은 지식에 기초해 앞날을 예측하며 직관적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묘사한 유형이다. 최소 1만 시간 이상 자신의 기능을 갈고 닦아 어떤 문제를 보면 금방 답을 내놓는 전문가다. 이들 1그룹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예측할 수 있다. 그들의 두뇌는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갖가지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또 머리 속에서 회사나 전문분야의 효율적 모델을 수립해 그것을 토대로 신속히 행동에 옮긴다. 악보를 일일이 읽고 어떤 손가락으로 어떤 건반을 두드려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 그리고 귀로 변화를 알아차려 즉흥 연주를 할 수 있는 숙달된 재즈 뮤지션의 차이점과 같다.
 
호로위츠는 “우리는 회사에 투자할 때 그만큼 빨리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물이 회사에 있는지 찾아본다”며 “2그룹이 아니라 1그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그룹 창업자들은 완고하고 용감한 편이다.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말한다. 거창한 비전을 믿으며 때로는 미치광이로 간주된다. 1980년대 빌 게이츠가 그랬듯이 말이다. 토스터보다 복잡한 기계를 다뤄본 사람이 거의 없던 당시에 그는 모든 사람의 책상 위에 컴퓨터를 올려 놓겠다고 말했다. 또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2그룹은 어떤 회사에서든 대단히 중요한 인력이다. 실제로 1그룹에는 2그룹이 필요하다. 2그룹은 치밀한 실무자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꾼이다.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행복해 한다. 실제로 만족을 몰라 인풋과 데이터의 포로가 될 수 있다. 나무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매달려 숲을 못볼 수 있다는 의미다. 호로위츠는 “그들은 자신의 직관을 믿지 못한다”며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하지 ‘이것이 맞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2그룹이 CEO가 되면 유능하게 회사를 이끌어가지만 위대한 회사로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게이츠는 1그룹이었지만 후계자 스티브 발머는 2그룹이었다. 발머 아래서 MS 주가는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잡스는 명백한 1그룹이었다. 현 CEO 팀 쿡은 2그룹의 성향이 농후하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1그룹인 저커버그는 그에게 2그룹인 듯한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말 그렇다면 저커버그가 그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경우 페이스북 주식을 파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를 모두 종합해 보면 트럼프는 1그룹에 아주 비슷해 보인다. 트럼프는 본능과 비전으로 캠페인을 이끌었다. 여러 모로 볼 때 그의 사업 활동도 1그룹에 상당히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는 한때 가십 칼럼니스트 리즈 스미스에게 “나는 사람을 채용할 때 인터뷰를 20분도 하고 10분도 하지만 3분 만에 채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경영자로서 트럼프의 면모를 말해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그웬다 블레어는 저서 ‘트럼프 일가(The Trumps)’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에겐 공식적인 사업계획도 개발전략도 없다. 대신 자신이 아이디어를 짜내 머리 속에서 사전 계산을 한 뒤 누군가에게 실행하라고 지시한다.”
 
클린턴은 데이터와 세부정보에 근거해 대선 캠페인을 이끈 것 같다. 대중은 분명 그것을 감지한 듯했다. 아마도 유권자의 절반은 트럼프에 거부감을 느꼈겠지만 나머지 트럼프 지지자들은 감동을 받았다. 클린턴을 원했던 절반은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유능하니까 우수한 관리자가 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그녀는 2그룹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 트럼프의 본능과 그의 머리 속에서 모델 수립에 쓰인 1만 시간은 모두 특정 능력과 직결된다. 트럼프는 트럼프 홍보에서 1그룹이다. 그가 평생 동안 해온 일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안다. 알고 보니 그것은 대선 캠페인에 중요한 자산이었다. 캠페인이 본질적으로 유권자를 상대로 한 홍보가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1그룹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 분야에선 토대로 삼을 만한 두뇌 모델이 없다. 반사적으로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금방 그 역할을 탈피해 교향약단 지휘에도 똑같은 재능을 보일 수는 없다. 마이클 조던은 필시 가장 위대한 본능적 1그룹 농구 선수였지만 농구팀 운영을 맡은 뒤엔 처음 15년 동안 죽을 쒔다(샬럿 호네츠의 전신 샬럿 밥캐츠의 2011~2012년 전적 7승59패). 트럼프가 1그룹의 특질을 백악관에 맞게 바꾸지 못한다면 대통령직의 조던이 될지도 모른다. 죽을 쑨 구단주 조던 말이다.
 
호로위츠의 렌즈를 통해 과거의 미국 대통령들을 살펴보면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은 1그룹이었다. 밤 늦게까지 브리핑을 받기로 유명했던 지미 카터는 고전적인 2그룹인 듯하다. 두 경우 모두 유권자들은 필시 선거일 전 자신들의 앞날을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우엔 대통령으로서 앞날을 예측할 만한 선례가 없다. 유권자들은 그의 1그룹 성향을 높이 샀으며 그가 2그룹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어느 쪽도 아닐 수 있다. 제로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정확히 벤처 자본가들이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는 CEO다. 그런 점에서 그는 스타트업 경영에 제격인데 다른 일을 맡아야 한다니 딱하게 됐다.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출처] 뉴스위크 Newsweek(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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