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먹거리로 작은 공동체를 이루다

우분투북스는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있는 책방이다. 주요 테마는 먹거리·건강·자연이다. 이 분야의 책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달걀·차·빵·맥주 같은 먹거리를 다룬 책부터 농사·정원·기후 같은 분야를 다룬 책까지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 외에 인문·예술·과학 서적이 약 20%, 대전 지역 작가나 출판사에서 나온 로컬 책이 약 10%로 나머지 공간을 채?다.

책방의 이러한 콘셉트는 책방지기인 이용주 씨(59)의 이력에서 비롯됐다. 음식 전문 잡지사 기자, 건강 전문 출판사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전국의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에서도 일한 그의 과거가 책방에 집약된 것이다. 일하면서 생긴 그의 관심과 전문성은 책방에 특별함을 더했다.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궁금증]

책방의 크기는 15평(약 49㎡) 정도다. 크지 않은 책방 양쪽 벽면에는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왼쪽부터 서가를 쭉 훑어 내려가다 보면 우분투북스만의 특별함이 보인다. 바로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이어지는 ‘북 큐레이션’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 과학도서 <이토록 불편한 고기>라는 책 옆에는 원예도서 <세밀화로 보는 채소의 역사>, 2016년 인터내셔널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일본의 젊은 요리사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할머니들에게 전수받은 요리를 모은 레시피북 <할머니의 행복 레시피>가 연달아 꽂혀 있다. 어린이책과 국내 소설, 외국 레시피북은 언뜻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독자의 관심사를 최우선으로 둔 큐레이션임을 알 수 있다. 채식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서가? 곧장 시선이 갈 것이다. 그럼 먼저 <이토록 불편한 고기>를 통해 육식에 대한 과학적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이어서 채식을 당장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할머니의 행복 레시피>를 펼치면 된다. 그 전에 채소의 역사부터 짚어보고 싶다면 <세밀화로 보는 채소의 역사>를 집어 들면 된다. 이렇게 독자의 특정 관심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류의 책을 하나로 엮는 것. 이것이 이씨가 추구하는 북 큐레이션이다.

이씨가 처음 북 큐레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방문했을 때다. 츠타야 서점을 꾸미는 수식어로는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가게’ ‘취향을 설계하는 서점’ 등이 있다. 이처럼 츠타야 서점에서는 단순히 책만 판매하지 않는다. 요리 관련 책이 꽂힌 서가 옆에서는 다양한 요리 도구와 요리 수업 수강권 등을 함께 판매한다. 책의 주제와 관련된 모든 도구와 경험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츠타야 서점의 점원들은 각자 전문 분야가 있다. 누구든지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이나 도구, 경험에 대해 질문하면 이에 걸맞은 답변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씨는 책방을 열며 자신도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먹거리·건강·자연과 관련해 쌓아온 남다른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분투북스에도 이런 코너가 있다. 달걀을 주제로 한 코너인데, 달걀프라이가 등장하는 귀여운 어린이 도서, 다양한 달걀 요리법을 담은 레시피북, 그리고 신선한 달걀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농가 정보가 담긴 팸플릿까지 한 공간에 있다. 재밌게 책을 읽고 재료를 바로 주문해 요리까지 연결할 수 있다.

[손 편지와 책을 함께 보내드려요]

독자의 시선으로 책을 큐레이션하고, 관련 도구와 경험을 함께 제공하기 위해 이씨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로컬 장터 방문과 정기 구독 서?스 등이 그 예다. 과거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며 그는 더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와 더 신선한 식재료를 판매하고자 하는 공급자 사이의 간극을 발견했다. 서로 상대를 원하는데 중간 다리가 없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책방을 열며 그는 이 둘 사이를 이어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리고 책방 손님 중 희망자를 받아, 일하며 알게 된 지역 농가와 로컬 장터에 함께 방문했다. 농가와 소비자의 만남을 주선한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져 잠정 중단했는데, 이제 조금씩 재개할 생?이다.

정기 구독 서비스는 코로나19에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 프로그램이다. 책방 공식 인스타그램(@ubuntubooks)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해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배송해준다. 모집 인원은 30명 안팎으로 제한한다. 구독자에게 그저 책 3~5권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이씨가 직접 쓴 손 편지도 함께 배송하기 때문이다. 책도 구독자의 연령대, 하는 일, 독서 성향, 선호 분야 등을 고려해 일일이 다르게 선정한다.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인 만큼 한정된 인원에게 질 높은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올해로 책방 운영 7년 차. 최근 이씨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가 확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책방이 자리한 골목은 한적했다. 정확한 방문 목적이 있는 사람 외에는 잘 찾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책방도 찾는 책이 명확한 40~50대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골목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주점들이 많이 생겨났다. 자연스레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지나가다 들르는 20~30대 손님이 늘었다. 그래서 요즘 이씨는 젊은 층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책 큐레이션을 고민 중이다. 시간이 흘러도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책방, 오래 머물게 되는 책방, 그래서 다시 찾고 싶은 책방. 이씨가 꿈꾸는 우분투북스의 미래다.

[9월, ‘우분투북스’에서 추천하는 책]

<정원의 아름다움을 곱씹어보고 싶다면?>

정원가의 열두 달 / 카렐 차페크 / 펜연필독약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카렐 차페크가 사계절동안 정원을 가꾸며 겪은 일을 재치 있게 풀어낸 에세이다.정원을 가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으로,1929년 처음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도 정원 애호가들사이에서 꼭 읽어봐야 할 가드닝 분야의 고전으로 꼽힌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다면?>

산책쟀 언어 / 우숙영 / 목수책방

에세이와 사전이 결합된 ‘사전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저자가 하늘·땅·물·식물·동물 등 자연을 바라보면서이를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사전식으로 풀었다. 볕뉘·닻별·윤슬 등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뜻하는 우리말을 배울 수 있다.

<어릴적 자연과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센스 오브 원더 / 레이첼 카슨 / 에코리브르

<침묵의 봄>의 저자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이 어린 종손과거닐던 자연에 대해 쓴 책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린아이의시각에서 바라봤다. 책 제목은 ‘감탄하는 감성’으로 번역된다.작은 것에도 감탄하고 놀라워하는 아이처럼 어른도 자연에대한 경외감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할머니의 손맛이 그립다면?>

요리는 감이여 /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 창비교육

늦깎이로 한글을 배운 충청도 할머니들이 직접 쓴 요리책.양배추물김치·병어볶음·올망개묵 등 다양한 요리의조리법을 할머니들이 삐뚤빼뚤 손 글씨로 썼다. 구성은 크게김치·장아찌, 국·찌개·반찬, 요리, 간식으로 나뉜다. 책 속의할머니 얼굴과 요리 그림은 충청 지역 청소년이 그렸다.

[출처] 전원생활 (2023년 09월)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돌아가기

포스트 공유하기